내용요약 정유사 실제 매출순이익, 코로나 이전보다 하락
해외에서는 91% 세액공제로 보전
업계 "해외랑 사업구조 달라...불합리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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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윤하 기자] 고유가와 정제마진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사를 향해 일명 '횡재세'를 내라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정유사의 실제 매출순이익률(ROS)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재세는 기술혁신이나 기업의 노력 없이 ‘굴러들어온 행운에 부과하는 세금(windfall tax)'으로 평균치를 웃도는 초과이윤에 대한 법인세 부과를 의미한다.

국내 주요 정유사의 수익이 많아진 이유는 유가가 급격히 상승함과 동시에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 또한 급격히 치솟으며, 평균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정제마진이 지난해 6월 기준 24.5달러를 돌파했기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에 의한 침체기를 넘어 석유 수요가 늘면서 국내 주요 정유사는 2022년 상반기 영업이익 12조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역대급 정유사의 실적에 지난해 8월 초과이윤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사가 반사이익을 봤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안 내용은 정유사의 사업연도 소득에서 5억원 이상의 초과소득에 대해 20%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 발의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횡재세법에 따른 세금부과에 의하면 약 3~4조원의 세수가 걷힌다. 고금리·고유가 시대에 서민경제 부담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08년 특별기금 조성 사례..."해당 기업들 적자상황 아니었다"

실제로 횡재세의 성격을 띠는 특별기금을 정유사에서 조성한 전례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유가로 고통 받는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 명목으로 1000억원의 특별 기금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2020년 코로나 여파로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1조6360억원, S-Oil이 1조1900억원, GS칼텍스가 1조1119억원, 현대오일뱅크가 4769억원으로 총 4조4222억원의 손실을 봤다.

반면 특별기금을 조성했던 2007~2009년 정유사 영업이익 합계는 2007년 14조8381억원, 2008년 2조1651억원, 2009년 2조881억원으로 손실을 본 해가 없다. 특별기금의 근간인 2007년의 수익을 차치하더라도 매해 2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런 호황에도 실제 특별기금 모금액은 384억원에 그쳤다. 2007년부터 3년간 적자가 없던 상황에서도 특별기금 조성은 어려웠다는 의미다.

해외의 횡재세 도입 사례도 횡재세 부과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영국이 석유·가스 기업 이윤의 25%를 횡재세로 부과했고, 이탈리아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횡재세 발의안은 유럽의 횡재세 법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은 초과이윤세로 얻은 이익을 에너지 신규 사업에 재투자 하는 경우 약 91% 세액공제를 해준다. 또한 공제로 얻은 재원은 급등하는 천연가스・전력 가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경감시키는 데 사용된다고 정확히 명시돼 있다. 91%의 세액공제는 투자 저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는데, 우리나라 발의안은 이런 투자 저해 요소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어 지난해 8월 독일의 전력가격은 평균 465유로/MW로 지난 5년간의 평균치보다 10배 상승했다. 일반 가정 기준 전기요금이 한달 평균 최대 140만원 선까지 치솟았는데, 이때 막대한 이윤을 취한 것은 정유사가 아니라 청정에너지 발전기업과 공급책인 전력기업이었다.

유럽연합 국가는 생산원가가 가장 비싼 에너지원을 기준으로 발전 원가를 책정하는데, 석유값과 천연가스값이 폭등하면서 발전원가가 저렴한 청정에너지 가격도 함께 상승된 책정가로 청구된 것이다.

세계에너지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천연가스 및 전력 가격 급등으로 크게 증가한 인프라마진 이익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명시돼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3년간 매출액순이익률은 오히려 하락

회사의 최종적인 수익력을 나타내는 매출액순이익률인 ROS 평균치를 비교해 봐도 국내 주요 정유사는 오히려 코로나의 영향이 아직 남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3년치 ROS와 2020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ROS 평균은 코로나 이후 2.69%에서 1.85%로 오히려 감소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ROS는 2.17%로, 특별기금 조성을 계획했던 시기와 비교해도 더 낮은 수치다. 2022년 역대 최대의 실적은 2020년의 역대 최악의 실적을 상쇄한 수준이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2020년 5조의 적자를 봤을 땐 정부차원의 어떠한 지원이나 보전이 없었는데, 당장의 일시적인 수익에만 기해 성과금 논란이나 횡재세를 내라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라며 "말이 나오고 있는 성과급 문제도 자유시장 체제에서 자연스런 영업이익 결과를 반영했을 뿐, 예년과 달라진건 없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매출액의 60% 이상이 수출액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수 요인이 아니라 외화를 벌어 들여온 것인데, 이에 대한 횡재세 부과는 형평성 관점에서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거의 전량의 원유를 수입해오는 우리나라와 해외의 사업 구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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