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T 이사회, 차기 대표로 구현모 연임 결정
국민연금ㆍ참여연대, 이사회 결정 불신
KT, '투명한 이사회'로 ESG 최우수기업 선정
정권교체와 맞물린 반복된 CEO 교체 시도

[한스경제=김성욱 기자] <경제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개인적인 시각(獨)으로 이야기(說)해보고자 합니다.>

지난해 말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구현모 현 사장을 결정,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구 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를 계속 맡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KT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서 구 사장을 후보로 선정하기 전부터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의사를 드러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KT새노조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손잡고 구 사장의 후보 선정 자체에 문제를 삼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차기 CEO를 결정하는데 있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참여연대는 KT의 대표이사 연임 우선심사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국민연금도 참여연대도 독립기구인 KT 이사회를 믿지 못하겠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과연 KT 이사회는 믿을 수 없는 조직일까요.

이사회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입니다. 특히 KT처럼 주인이 없는 기업에게 이사회는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해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ESG 평가에서 KT는 IT기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환경, 사회 부문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 전략 설정과 개선이 돋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ESG행복경제연구소는 KT 지배구조 모델은 ‘독립적 이사회(Independent Board of Director)’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 공시 및 방식 △이니셔티브 및 가이드라인 제시 등 전략 평가를 비롯해 ‘감사’ 분야에서 만점을 받는 등 지배구조 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습니다.

또 한국ESG기준원(KCGS)도 2021년 ESG 평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KT를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2022년 평가도 ESG 및 지배구조 부문 등급 모두 'A'입니다.

이처럼 KT는 ESG 평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새 KT가 구 대표의 연임을 위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작업을 엉터리로 하는 이사회를 구성한, 믿을 수 없는 지배구조 형태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딴지’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진 = 김근현 기자
사진 = 김근현 기자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습니다. 이후 구 대표까지 총 5명이 CEO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초대 이용경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2005년 8월 민영화 KT 2기 대표로 선임된 남중수 사장은 2008년 2월 연임이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남 사장은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결국 그해 11월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2009년 KT는 외부인사인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맞이합니다. 2012년 연임에 성공하지만 이듬해 역시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사퇴를 선언합니다.

그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 삼성전자 CEO 출신이 황창규 회장입니다. 황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황 회장도 2018년 경찰의 조사를 받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이 황 회장이 조사를 받은 혐의입니다. 다행이(?) 황 회장은 연임 임기를 다 마치고 구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KT와 비슷한 CEO 재임기간 및 사퇴 배경을 갖고 있는 민영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포스코입니다. 포스코의 완전 민영화 이후 이구택 회장(2003~2009년), 정준양 회장(2009~2014년), 권오준 회장(2014~2018년)의 퇴임 연도가 KT CEO 퇴임시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새 정부 출범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최정우 회장도 지난 2021년 연임됐는데, 최근 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명과 CEO만 다를 뿐 데칼코마니같은 상황입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실적이나 주가적 측면에서도 연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참여연대는 KT의 이사회도 구 대표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KT CEO로써 황창규 회장과 같은 길을 가게 될까요, 남중수・ 이석채 회장과 같은 선택을 할까요. 아니 민영화 초대 CEO 이용경 사장처럼 단임으로 마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전임 CEO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마무리로 끝나길 바라봅니다. 이것이 KT는 물론 우리나라 재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도 좋은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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