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그린워싱 방지 규제 강화가 원인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ESG펀드 시장이 최근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화된 그린워싱 방지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긴축정책과 경기침체도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홍지연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글로벌 ESG펀드는 2022년 9월 말까지 225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이는 전 분기에 비해 33.6%가 감소된 것이라고 한다.

ESG펀드는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시장에 자금 유입 규모가 확대되며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2년 들어서는 순유입이 감소했고,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2022년 2분기와 3분기에 순유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ESG펀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ESG펀드는 순자산 규모가 2022년 들어 분기별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8조 7000억달러 순자산 규모가 2022년 3분기말에는 7조 9000억달러까지 감소한 것이다. 또한 신규설정된 펀드 개수도 같은 기간 438개에서 335개까지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유럽 ESG펀드 등급을 다운그레이드하고 있다. 유럽의 ESG펀드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에 따라 지속가능한 투자를 목표로 하는 제9조 펀드, 환경 및 사회 관련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홍보하는 제8조 펀드, 기타 제6조 펀드로 구분된다. ESG 요소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제9조 펀드이다.

아문디가 460억달러, 블랙록이 260억달러, AXA가 210억달러에 달하는 제9조 펀드를 다운그레이드하는 등 3분기에만 41개 펀드가 하향조정됐다. 최소 1250억달러 이상의 제9조 펀드가 다운그레이드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ESG펀드의 위축 현상은 무엇보다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는 금융상품의 그린워싱 방지 규제가 강화된 데서 기인한다. 유럽은 지난 2021년 마련된 SFDR을 통해 정보공시 강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럽 증권시장청(ESMA)의 추가 규제 마련으로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2월에는 '2022-2024년 지속가능한 금융 로드맵'을 발표하며 그린워싱 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조사를 강화하고 문제해결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11월에는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펀드 명칭에 포함시키기 위해선 ▲‘ESG’ 용어 사용을 위해서는 80%이상을 환경 또는 사회 부문에 투자하거나 ▲‘지속 가능한’ 또는 ‘지속 가능성’ 관련 용어만 사용하려면 50~80%를 SFDR이 정의한 지속가능한 투자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2022년 5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ESG 금융투자상품 공시 방안 및 ESG펀드 명칭 규칙 개정안 등 두 가지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ESG펀드를 통합(ESG Integration), ESG중점(ESG Focused), ESG임팩트펀드(ESG Impact)로 구분하고 설계된 전략적 특성에 적합하도록 공시기준을 세분화해 금융사들이 투자설명서 및 연차보고서 등에 공시를 의무화했다. 또 ESG투자상품 공시 규정안 및 펀드명칭 규칙 개정안은 전체 투자자산 중 80% 이상을 펀드명에 명시된 투자 항목에 투자되도록 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제 강화 기조로 ESG펀드 다운그레이드 움직임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조사와 제재도 진행 중이다. 가령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ESG 관련 정책 및 절차에 따르지 않고 ESG펀드를 운용해 SEC로부터 4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규제 강화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며 펀드 투자 자체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청산되는 ESG펀드도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상위 10개 ESG펀드는 연초대비 모두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하면서 S&P500 지수의 14.8% 하락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 KPMG가 2022년 미국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8%가 향후 6개월 동안 ESG 노력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거나 재고할 계획이며, 31%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모두가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규제 불확실성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따라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술주 등 실적 위주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는 점 역시 ESG펀드 위축의 원인 중 하나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규제 강화 자체는 의미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ESG 금융상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다양한 규제가 정비되는 등 ESG펀드를 포함해 ESG 금융상품 전반의 체계가 추후 점차 잡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글로벌 추세를 국내 자산운용사들 역시 예의주시하며 대처해 나갈 필요가 커지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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