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87년 한일은행 입행한 뒤 37년간 '우리맨'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우리은행장→우리금융회장 '승승장구'
자사주 매입·최대 실적으로 23년 만에 '완전민영화' 이끌어
우리금융그룹의 재출범과 완전민영화를 이끈 손태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의 재출범과 완전민영화를 이끈 손태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장고 끝에 용퇴를 결정했다. 지난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지난 37년간 최연소 전략기획부장, 글로벌부문장 등 주요직을 역임한 뒤 우리은행장, 우리금융회장 등을 거치며 우리금융그룹을 이끌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재출범·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를 주도하며 전문 금융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다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에 따른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용퇴를 결정해야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8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논하는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이전에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저는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 회장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지막으로 우리금융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 최연소 전략 기획부장부터 지주 회장까지 37년 전문 금융인

1959년생인 손 회장은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학원 법학 석사를 마친 뒤 지난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동료보다 두 세 살 많은 나이에 입행한 탓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지난 2003년에는 44세 나이에 은행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이 됐다. 이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점장과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부문 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됐고, 최고경영자(CEO)로서 타고난 소통 능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재출범을 이끌었다.  

손 회장은 은행장으로서 우리금융을 대표해 리더십과 소통 능력 발휘해 금융당국과 이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우리은행의 지주전환을 승인했고,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간 포괄적 주식 이전 방식을 통해 우리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할 수 있었다.

지주체제가 안착된 2020년, 손 회장은 은행장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그룹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승인 문제로 대형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손 회장의 지휘 아래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9년 재출범 당시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의 자회사로 출범했다. 그해 9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카드 지분 100%, 우리종합금융 지분 59.8%를 취득했으며, 이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해 각각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아울러 지난 2020년 12월에는 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아주캐피탈 지분 74.0%를 획득했으며, 아주캐피탈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까지 인수했다. 이후 아주캐피탈은 우리금융캐피탈로, 아주저축은행은 우리금융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꿨다. 2022년 1월에는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를 출범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합병(M&A)을 통해 2023년까지 비은행부문 수익 비중을 30% 수준까지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은행 수준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수익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7조원의 자본 여력을 활용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회사와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에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며, 약 2000억원 수준으로 다올금융그룹의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 완전 민영화 풀고, 역대 최대실적 올리고

2021년은 우리금융그룹에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완전민영화’ 숙원을 풀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예금보험공사는 기존에 보유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공적자금 총 8977억원을 회수했다.

이어서 2022년 5월에는 2.3%를 추가 매각해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그룹 지분율은 1.29%로 낮아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우리금융은 사실상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 8000억원을 수혈받은 지 무려 23년 만의 일이다.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에는 손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손 회장은 은행장 취임 이후 자사주 9만주 매입하며 ‘책임 경영’에 앞장섰다.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하는 고비 때마다 자사주를 사들이며, 그룹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그룹 펀더멘털의 견조함과 기업가치 상승의 시그널로 작용했다"며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금융그룹의 역대급 실적이 완전민영화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2021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9% 증가한 2조 587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2조1980억원) 대비 21.1% 증가한 2조 66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3분기 만에 전년도 연간실적(2조 5879억원)을 초과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 금융당국 압박·세대교체 기조에 용퇴 결정

지난 1987년 한일은행 입행 이후 우리은행·우리금융그룹과 함께 승승장구한 손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따른 금융당국의 압박은 이겨내지 못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았다. 이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무죄를 확정받으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지난해 11월 금융위로부터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등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업무일부정지 3개월 및 퇴직 임원 문책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받으며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압박과 동시에 은행권에 이른바 '관치금융'에 따른 세대교체 바람도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금융당국이 DLF·라인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연이어 중징계를 내린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은 나란히 손 회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손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손 회장을 압박했다.

이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의 라임펀드 환매 중단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인 손 회장에 라임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며 "금융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라임펀드 사태를 단순 직원의 문제가 아닌 CEO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으며 손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감독당국이 명확하게 판정을 내린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사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인사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은행권 수장들은 연이어 교체됐다. 

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조용병 회장은 갑작스럽게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용퇴 의사가 없던 손병환 회장을 대신해 친정권 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이후 업계 안팎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손 회장은 장고를 거듭한 끝에 용퇴를 결정했다.  
 

이성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