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황근 장관 "도입 공감"… 사행성 극복 과제
말 업계, 코로나19로 매출 손실만 12.6조 원
서울경마공원 야간경마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서울경마공원 야간경마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말 산업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오랜 숙원 사업인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제도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도박중독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과 불법 경마 흡수와 세수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말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된 기간(2020년 3월~2021년 10월) 매출 손실액은 약 12조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또, 경마 유관 단체, 말 생산 농가, 경마 산업 관련 종사자, 정부·지자체 세수 감소 등 사회적 손실 추정 규모도 약 2조5657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사회는 물론 말 생산자, 마주, 기수, 조련사, 말 유통업자, 전문지 판매소 등 2700여 업체, 3만5000여 명의 관련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말 산업계와 마사회는 이구동성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 논의가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회장은 “3년동안 말 생산자들은 사업 존폐기로에 설만큼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마가 안정적이어야만 말 생산 농가들의 생존이 유지될 수 있다. 말 산업 순환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경마 온라인 발매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한국마사회법을 보면 온라인 마권은 경마장 및 장외발매소 내에서만 발매할 수 있다. 지난 1996년 경마장 외에서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마권이 도입됐지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2009년 7월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말 업계는 외부 변수에 민감한 경마 산업 특성상 온라인 마권 발급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스포츠토토(2004년)와 로또(2018년), 경륜·경정(2021년) 등 동종 산업군에서는 이미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또, 국내 말 산업의 약 80%를 차지하는 경마는 단순한 베팅용 수단이 아니라 1~4차 산업의 구조를 갖는 복합적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말 생산부터 육성, 경마, 정보 유통 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여기에 경마는 코로나19 이전 매년 약 1조5000억 원을 지방세 및 국세로 납부해 지방재정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승남(57) 민주당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경마사이트 폐쇄 건수는 총 3만5839건이다. 

김 의원은 "불법경마의 온라인 규모는 6조2819억 원으로 불법경마시장의 91%를 차지하는 만큼 한국마사회가 온라인 마권 발행을 하면, 불법경마시장 이용자의 상당수를 합법 경마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경마를 근절함으로써 그동안 유실됐던 약 1조 원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온라인 마권 발행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한국마사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코로나19로 경마 중단이 장기화했던 2020년 다시 발의됐다. 온라인을 이용한 불법 사설경마를 근절하고 이에 따른 도박중독자 양산을 막는 효과도 법안 발의 배경으로 꼽혔다. 그해 11월 소위에 회부된 법안은 지난해 4차례 심사를 거쳤으나 준비 부족 등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4월과 11월 두 차례 논의를 벌였으나 큰 소득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제자리걸음 중인 온라인 마권 발매 합법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극심한 타격을 받은 말 산업계 시계가 다시 돌아가며 활기를 되찾았은 데다 그동안 비대면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요구가 점점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정황근(62)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비대면·4차 산업시대에 맞게 온라인 경마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장외발매소 감축 여부, 불법 온라인 경마 대응 방안 마련 등 일부 과제만 남겼는데, 소위 심사만 속도를 낸다면 연내에 시범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사행성 조장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마사회는 온라인 매출 총량을 설정해 발매 한도를 관리하고, 경륜·경정처럼 경주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업장을 방문해 대면으로 가입한 뒤 온라인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