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경연, 반도체 효율성 작년 평균 67%…韓 65%
업황 둔화·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효율성 하락
삼성·SK, R&D·설비 투자 축소, 인위·자연적 감산
"효율성 증대 위해 최소한 경쟁국 수준 지원 필요"
무협 "반도체 세액공제 법안 국회 신속 통과 필요"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1위와 3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전체 및 국가별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 /사진=한경연 보고서 캡처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전체 및 국가별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 /사진=한경연 보고서 캡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 기준 평균 67%이나 한국은 65% 수준이라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효율성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대만 0.75, 일본 0.75, 미국 0.73, 한국 0.65, 중국 0.59 순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2022년에는 67%로 하락했다.

특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0.87로 전 세계 1위였으나 작년 평균 아래로 떨어지면서 큰 폭 하향했다. 

한경연 측은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값이 하락한 데에는 반도체 업황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 완화로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이는 등 반도체 초과공급 상태가 이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4.1% 줄어든 약 5566억달러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약 1344억달러로 전년 대비 12.6% 감소했고 올해도 17% 역성장이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평균 10~15% 내려갈 예정이고 D램 제품군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25% 하락했고 올 1분기에도 13~18%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이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일찌감치 반도체 공장 및 설비 등 투자 축소와 인위적 감산 의지를 밝혔다.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자 삼성전자 내부 상황도 바뀐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설비 재배치를 비롯한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감산 및 투자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도 기술적 감산이나 자연적 감산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 양사 모두 연구개발(R&D)이나 생산시설 투자를 축소하게 돼 효율성은 더욱 악화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시설투자,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은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R&D 및 생산시설 투자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법인세 인하(25%→24%)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6→8%)을 인상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 수준이 경쟁국에 비해 미미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18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4차 수출 애로 타개 및 확대를 위한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산업 긴급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무협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18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4차 수출 애로 타개 및 확대를 위한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산업 긴급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무협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도 지난 18일 열린 '제4차 수출 애로 타개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 분야 회의'에서 "세계 교역의 패러다임이 자유무역에서 보조금 확대 등 자국 산업 우선주의로 전환되고 있어 정부가 미국, 대만, 중국 등과 동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반도체 등의 시설과 R&D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2월 중 국회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또 "삼성과 SK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인 반면 TSMC 10.0%, 인텔 8.5%, SMIC 3.5% 등 경쟁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외국과 동등한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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