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결혼으로 심리적인 안정감 가져… 대표팀에서는 값진 경험
부상 아픔 극복 이후 성장 "'시간이 약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 시즌 우승에 대한 '갈망' 해결하는 게 목표"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용인=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배구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 블로커, 세터, 리베로 총 5가지 포지션이 있다. 그중 리베로는 수비 전문 포지션이다. 상대의 서브와 강한 공격을 받아내야 하고 자신의 진영 코트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디그해 건져내야 한다. 빠른 발, 순발력, 수비 기술이 요구된다.

올 시즌 국내 프로배구 V리그에서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선수는 김연견(30·수원 현대건설)이다. 몸을 날리는 ‘슈퍼 디그’로 팀의 실점을 막아낸다. 1위를 질주 중인 현대건설의 ‘언성 히어로’다. 12일 본지와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김연견은 최근 좋은 활약에 대해 “이제야 배구가 좀 되는 것 같다. 지난 프로생활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제는 건강하게 제가 좋아하는 배구를 쭉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 결혼과 태극마크

김연견은 19일 오전 기준 디그 1위(세트당 평균 5.93), 수비 3위(세트당 평균 7.79), 리시브 효율 10위(43.05%)를 기록하고 있다. 생애 첫 디그 1위를 꿈꾼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의 원동력은 심리적인 안정감에 있다. 김연견은 지난해 7월 프로야구 SSG 랜더스 투수 서동민(29)과 결혼했다. 프로 선수가 결혼을 하면 정서적인 안정감이 높아져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김연견도 든든한 지원군의 응원에 힘입어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그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긴 이후로 좀 달라졌다. 결혼하면서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 느끼고 있다. 옆에 제 사람이 있다 보니 조금 더 힘도 나고 든든하다. 옆에서 항상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힘을 얻고 있다”라며 “남편이 저보다 멘털이 더 좋은 것 같다. 안 됐을 때 ‘쿨하게’ 떨쳐버리는 모습이 멋지다. 저는 그게 잘 안 된다. 그런 자세를 보면서 남편이자 운동선수로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대표팀 발탁도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김연견은 “비시즌 때 대표팀에 다녀온 게 큰 도움이 됐다. 국제시합을 뛰어 보니, 외국 선수들과 국내 선수의 높이나 힘에서 많은 차이를 느꼈다. 경기가 끝난 뒤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영상으로 공부도 많이 했다. 그게 시즌 활약에도 연결되는 것 같다”라며 “(한)다혜(28·서울 GS칼텍스)를 보고 많이 배웠다. 일지를 쓰면서 ‘이때 다혜는 이렇게 하는구나’, ‘나도 이렇게 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표팀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 비 온 뒤 땅이 굳듯

김연견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부터 빛나는 선수도 아니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다. 작은 신체조건(당시 162cm·48kg)으로 인해 저평가를 받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2012-2013시즌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2019-2020시즌 왼쪽 발목이 돌아가는 악재를 맞았다. 결국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프로 선수들에게 부상은 잊고 싶을 만큼 아픈 기억이다. 그러나 김연견은 아픔을 극복하며 정신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부상을 입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재활을 4개월 넘게 하면서 불안감도 컸다. 이후에 복귀 준비를 했는데 또 발목 통증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며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도 단단해지고 통증도 줄어갔다. 흔들리고 잘 안 풀릴 때면 책을 읽거나 좋은 글귀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동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몸과 마음 모두 성장했다. 김연견은 자신과 같은 리베로 포지션을 꿈꾸는 배구 꿈나무들에게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포지션이든 마찬가지지만 특히 리베로는 어렸을 때부터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닌 것 같다. 저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 바닥까지 추락하는 경험도 했다”라며 “지금 돌아보면 다 좋은 경험이다. 어린 선수들이 이때 자책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미래의 자신에게 좋은 경험으로 다 돌아온다.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김연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베로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 강상헌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1.12.

◆ 30대의 시작에서

어느덧 프로 13년 차가 됐다. 나이도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김연견은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한 뒤 “제가 수비하는 모습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씀해주신 팬들이 있었다. 또 끈질기고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다’, ‘저도 연견 선수처럼 힘내서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며 “저의 플레이로 팬들께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팬들께 심적으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었다.

2023년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우승이라는 별을 챙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김연견은 “저와 팀원 모두에게 우승에 대한 ‘갈망’이 있다.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하면 후련할 것 같다. 지난 아쉬움들이 싹 가실 것 같다”라며 “팬들도 저희 못지않게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하신 걸로 알고 있다. 팬들의 우승 갈증을 싹 풀어드리고 싶다. 마지막까지 응원해 주시면 저희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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