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빅테크. 금융업 진출 가속화…관리 규제 방안은 취약
소비자 피해·금융안정성 저해 가능성 높아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력으로 금융리스크 해결해야"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이른바 '국민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이른바 '국민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국민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될 경우,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시장을 독점, 소비자 후생 감소는 물론 이익 극대화로 인한 소비자 피해 확산, 제2금융권의 건전성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타 부처와 공동으로 기존 금융권과는 차별화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빅테크 기업이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해외에 비해 규제 마련에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상품 중개업에 진출해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중대 대상 상품의 범위를 기존의 대출에서 예금과 보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준산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상품 중개 시장 장악에 대해 △경쟁 저하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소비자 피해의 확대 △빅테크 비금융서비스 위험의 전이 △금융안정성 저해 등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빅테크가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시장을 독점해 경쟁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혁신을 후퇴시키고, 결국 이 같은 여파가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 내 경쟁을 축소시키고 있다. 메타는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 경쟁사를 인수했으며, 구글은 유튜브 및 다수의 광고 관련 회사를, 아마존은 자포스 등 경쟁 회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이에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빅테크가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시장에 진입함으로 인해, 기존 금융상품 중개 시장에 진입한 핀테크나 금융회사의 서비스 향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빅테크는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이 같은 효과는 단기간에 그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주요 빅테크들은 독점적 지위 확보 이후, 자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각종 서비스 정책의 변경을 단행, 이는 소비자 피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빅테크는 자사 이익을 위해 추천 및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있으며, 외면적으론 공정하지만, 실질적으론 편향적인 상품을 제시 및 추천하거나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이 중개될 소지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상품 및 콘텐츠를 최상단에 노출한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쿠팡은 자체 브랜드인 PB 상품이 입점 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아마존 역시 검색 결과에서 자사 상품이 먼저 나타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법 감독규정 제6조 7항은 금융상품 중개업자가 중개 대상 상품들을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기준으로 배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별도로 정의되지 않아 중개업자가 단순히 금리 또는 한도 등의 조건으로 상품을 배열하는 것만으로 본 조항이 충족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빅테크는 그룹 내 계열사 간에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타 계열사로부터의 위험이 전이돼 빅테크의 온라인 금융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빅테크의 예금상품 중개업은 저축은행 등 특정 금융회사에 유동성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김준산 연구위원은 "개인고객 자금의 상당 부분이 상업은행에 유입되면서 수신이탈 현상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빅테크의 예금상품 중개 개시로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2금융권의 성장성 및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어 차주부실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있으며, 예금상품 중개 개시 이후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리스크가 따르는 것은 금융업 진출이 한시적이고 특수한 방법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금융업법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를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샌드박스를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시장에 침투하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업법에 의해 규제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등은 각각 4건, 3건, 2건의 사업이 샌드박스로 지정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해가 다르게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 연구위원은 샌드박스를 통한 빅테크의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업 진입 허용에 대한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예금과 보험 중개업 허용은 금융사·핀테크와 빅테크 간 차별적인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은 금융혁신보다는 자사의 비금융서비스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빅테크에 대한 온라인 예금 및 보험 중개업 진입은 빅테크로 인한 금융상품 중개 시장에서의 위험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규제체계가 마련된 이후에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빅테크의 금융중개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위는 효과적인 빅테크 규제를 위해 공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을 포함한 해외 주요국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이 내포하는 금융안정성 훼손과 소비자 피해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규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FCA는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입이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분석하여 일반에 공개하였으며, 타 정부 부처와도 다각도로 협력하며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입에 대한 규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FCA는 경쟁시장감독청(CMA), 정보보호위원회(ICO), 커뮤니케이션청(Ofcom)과 함께 다수 정부 부처 간 디지털 규제를 협의하는 디지털규제협력포럼(DRCF)의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빅테크 등 디지털 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디지털시장국(DMU)과 협력하면서 영국 정부의 ‘새로운 디지털 시장 경쟁 촉진 정책’에도 참여하고 있다. 

EU에서는 이미 빅테크 규제 법안이 제정 완료돼 2월부터 효력이 개시될 예정이며, 미국에서도 빅테크 규제를 위한 다수의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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