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1년 지주 출범 이후 3인 회장 모두 불명예 퇴진...안팎 정비라는 막중한 과제 주어져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 /부산은행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 /부산은행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BNK금융지주가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 금융지주로 인지도가 높지만 연이은 CEO들의 불명예 퇴진이 계속되어온 BNK금융이 멍에를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988년 부산은행 입행 후 2013년부터 임원으로서 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및 미래채널본부장을 역임한 빈 회장 후보는 2017년 4월부터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을 거쳐 9월에 행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2021년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번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은 빈 후보를 포함해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 등 3파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따라서 내부 출신으로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빈 후보의 낙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이 사실이다.

빈대인 회장 후보는 부산은행장 취임 이후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과를 기록했다. 

이번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위원들은 빈 후보에 대해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한 금융분야 전문성과 지역은행 최초의 모바일뱅크 출시,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옴니채널 구축과 창구업무 페이퍼리스 추진 등 디지털 중심의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을 주도한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조직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그룹의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

정기주총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회장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면 빈 후보에게 우선 주어지는 과제도 지난 부산은행장 취임 때와 다르지 않다. 자녀 특혜 의혹으로 임기 중 사임한 김지완 전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조직 내·외부의 잡음을 수습하고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은행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BS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매각한 경남은행을 인수하며 2015년 이름을 지금처럼 BNK금융지주로 바꿨다. 지방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BNK금융의 가장 큰 약점은 CEO리스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이장호 회장을 시작으로 2대 성세환 회장, 3대 김지완 회장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잡음 없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빈대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부산은행 출신으로 2006년부터 부산은행장을 지냈으며 BS금융지주 태동 이후 첫 회장을 맡았던 이장호 전 회장은 2013년까지 무려 8년을 사실상 CEO로 지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이 전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퇴 압박을 가했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이 전 회장이 학연과 지연으로 조직 내에서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려하고,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은행과 지주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논리였다.

당시 감독 당국의 이와 같은 개입에 대해 마치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사퇴 압박을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한 것처럼, 낙하산 관치 인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풍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2대 회장으로 낙점된 것은 이장호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부산은행에 들어와 은행장을 거친 성세환 전 회장이었다.

성 전 회장의 임기 중 BS금융지주는 앞서 언급처럼 경남은행을 인수하고 BNK금융으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자산 100조원을 넘기며 SC제일은행이나 한국씨티은행 등보다 규모 면에서 압도하는 면모를 갖춘다.

그러나 성 전 회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7년 불명예 퇴진했다. 부산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11월 부산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담당자 아들을 채용하도록 한 혐의가 드러났다. 또한 2017년에는 2016년 유상증자 공시 후 주가가 급락하자 부산은행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등 시세조종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성 전 회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20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700만원이 확정된 바 있다.

빈대인 회장 후보는 2017년 당시에도 차기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대표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냈던 김지완 전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김 전 회장의 임기 동안에도 BNK금융은 외형상 성장을 지속해 온 성과가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도 임기를 5개월 남기고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에 휩싸이며 석연찮은 퇴진을 해야 했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이 한양증권 대체투자업 센터장으로 이직한 뒤 BNK금융 계열사의 발행 채권 인수 물량이 급증했다는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한양증권은 2019년 기준 1000억원 규모의 BNK 발행채권을 인수했는데, 김 전 회장의 아들이 이직한 이후 1조 1900억원까지 인수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반복되는 CEO리스크는 BNK금융 조직 내부에서부터 큰 타격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위원장 권희원)는 "3명의 CEO가 연속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부분은 사실 직원들한테도 상처가 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번 김 전 회장의 사태로 인해 회장직 내부승계 원칙을 바꿔야 했다는 점 역시 조직 안에서는 논란거리이다. 내부승계 원칙 아래에서 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했던 점을 백지화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한 상황 속에서 한 바퀴를 돌아 결국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앉게 된 빈대인 후보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순혈' 내부출신이라고 볼 수 있는 빈 후보의 성과와 임기 중 행보에 따라 그동안 불명예스러운 CEO리스크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우리나라 지방 금융지주의 맏형이 BNK금융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올해도 금융산업 전반에 있어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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