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대재해법, 시행 후 논란 여전...기업 이해도 부족·처벌기준 모호
사망자, 전년 대비 8명 늘어...기소는 11건·판결은 아직 
정부, 법안 개정에 칼 뽑아...전문가 "처벌 아닌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등 중점둬야"
건설시장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건설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방향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수를 줄이고 채용인원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내 건설 현장 모습. (사진=한스경제 DB)
 서울 내 건설 현장 모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났고 여전히 기업과 현장은 혼란스럽다. 명확하지 않은 법안과 기업들의 이해부족·위헌소송, 여기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업의 ESG 경영이 '필수'가 됨에 따라 보다 '명확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처벌이 아닌 예방'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 1년차지만 中企 65.6% "아직 잘 몰라"...법조계 "법 해석 어려움 토로"

중대재해법은 시행 전부터 시끄러웠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의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법안은 심의에 들어간 지 2주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고 사망사고가 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당시 여론에 휩쓸려 속전속결로 통과된 법안에는 곧바로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부분을 문제 삼았고, 기업들은 사업주의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시행 이후에도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중소기업 대다수는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5.6%는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더구나 전체 77%는 중대재해법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명확하지 않은 처벌 기준 역시 현장의 혼란을 가중했다. 대표적으로 처벌대상의 모호함이다. 법안에 명시된 '경영책임자 등'에서 경영책임자가 기업의 오너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책임자(CSO)인지 명확하지 않는데다 '등'에는 경영책임자 외에 누가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 판사, 변호사들 모두 법 해석상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돼 관계 당국이 구조 작업 중이다. /연합뉴스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돼 관계 당국이 구조 작업 중이다. /연합뉴스

◆'기소 11건' 두성산업은 위헌 소송·삼표산업은 기소도 안돼...사망자↑ 판결 '0건' 

모호한 기준과 지지부진한 수사로 1년이 지났지만 판결난 사건은 없고, 그 사이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256명으로 전년 대비 8명 늘어났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이날까지 검찰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총 11건이다. 11건 모두 기업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 중 최고안전관리자(CSO)를 뒀지만 대표이사가 기소되기도 했다.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군 소재 조선사와 회사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원청 A사에 하도급을 받은 B사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A사 대표이사는 CSO가 경영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에 대한 실질적, 최종적 결정권 행사했다고 판단해 CSO가 아닌 대표이사를 재판에 넘겼다. 

현재 중대재해법은 위헌 소송에 들어갔다. 기소된 기업들은 △헌법상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등 위배에 따른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 10여 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중독으로 대표이사 등이 재판에 넘겨진 두성산업이 지난해 10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후 기소된 기업들 역시 위헌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기소 여부도 관심이 높다.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사건인 '삼표산업 붕괴 사고'는 채석장에서 암석 뚫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와 임직원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정 회장이 피의자 혐의로 입건되면서, 기업 총수의 기소 가능성이 재점화됐다. 만약 정 회장이 기소된다면 기업의 총수가 법적 책임을 진다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 연합뉴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 연합뉴스 

◆정부, 중대재해법 개정안에 칼 뽑아...전문가 "처벌보다 안전관리 등 예방이 우선"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 강화, 예방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의무 이행과 광범위한 서류작업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뒤면 5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중대재해법 개정에 칼을 뽑았다. 우선 고노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 및 엄중 처벌' 중심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TF를 구성해 6월까지 5개월간 중대재해법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TF에서는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 중대재해법의 추진현황 및 한계·특성 등을 진단, 이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실상 로드맵 시행 원년인 올해에는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점검·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 감독체계, 산업안전 컨설팅·교육, 산업안전보건법령·기준 등을 속도감 있게 개편·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처벌과 규제가 아닌 예방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기자와 통화에서 "처벌위주보다는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과 기업이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평가·점검하는 업무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벌규정도 명확히 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피해가 큰 사건을  집중해서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기업들의 사전대응이 좀 더 필요하다. 사전 대응 범위가 광범위해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사고가 일어나기 전 예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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