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황·재고 악화 지속…올해도 메모리 실적 둔화
분기별 손실, 삼성 5000억대…하이닉 4000억대
SK, 작년 4Q 감산 돌입…우시 공장 10~20% 감축
삼성, 생산라인 재배치·공정전환 등 기술적감산
인텔 새 CPU 출시…부가 수요 'DDR5' 변수될 것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올해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다운턴(하강국면)과 재고 악화가 지속되면서 연내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증권가는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반도체 재고마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에도 실적 둔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달 31일과 다음달 1일 지난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증권가는 양사 모두 시황 악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사업은 4분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봤고 SK하이닉스도 1조가량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와 재고 압박은 올해도 이어져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낸드에 이어 D램 사업도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메모리 사업 전체가 적자 상황에 놓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올 연말까지 분기별 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도 분기별 최대 4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고객이 보유한 재고까지 감안하면 약 7개월분이 쌓였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7개월이면 상반기를 훌쩍 넘기는 기간이다.

재고 악화 상황이 계속되자 SK하이닉스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작년 4분기부터 감산을 선언했다. 업계를 종합해 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유일한 해외 D램 생산기지인 중국 우시 공장 전체 생산량의 10~20% 정도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량을 전년 대비 20% 축소한다.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기옥시아도 작년 10월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에 비해 30%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내부에선 생산라인 재배치나 공정 전환 등 기술적 감산은 일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악화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더 이상 영업손실을 감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DS 관계자는 "현재까진 인위적 감산이 없을 것이란 기조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감산 결정은 오는 31일 실적발표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언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고 악화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보다 약 2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수익성과 직결되지만 고객사 재고와 자체 재고를 단기간에 소진하기 위해선 가격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이같이 반도체 혹한기가 장기화되자 실적 악화를 버텨줄 동력으로 'DDR5 D램'이 부상하고 있다.

인텔이 DDR5 D램을 지원하는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래피즈 CPU 시리즈를 공개했다. 더구나 성능이 고도화된 DDR5 D램은 마진율이 30%로 수익성이 좋아 영업이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부가 수요인 새 CPU 등장이 D램 수요 증가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연말쯤 전체 D램 시장 가운데 서버와 PC용 DDR5 D램 점유율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 D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두 회사는 이미 본격적인 DDR5 D램 공급을 위한 공정 전환과 관련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16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최고 동작 속도 7.2Gbps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 초고해상도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주요 고객사인 AMD와는 해당 제품의 호환 인증을 마친 상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조만간 10나노급 4세대 DDR5 D램의 인텔 인증도 받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인텔로부터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4세대 DDR5 서버용 D램 사파이어 래피즈 적용 인증을 획득했다.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 SK하이닉스는 인텔과 협업해 'DDR5 백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백서에는 사파이어래피즈에서 작동하는 DDR5의 성능과 특장점 등이 세부적으로 담겨 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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