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화 '교섭', '마션',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지 요르단
고대 도시 '페트라'와 광활한 사막 '와디럼'
2020년 촬영한 페트라 / 요르단=이수현 기자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18일 개봉한 영화 '교섭'이 개봉 후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하고 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 사건을 배경으로 인질을 구하기 위한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마치 아프가니스탄 한복판에 있는 듯한 생생한 배경으로 호평받고 있다.

다만 영화 촬영지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서아시아에 자리한 요르단이다. 요르단은 '교섭'뿐 아니라 드라마 '미생'과 영화 '마션', '인디아나 존스' 등 여러 미디어 작품의 촬영지로 사랑받았다. 

요르단은 때로는 화성으로, 때로는 고대 유적이 숨은 미지의 장소로 등장했다. 2020년 기자가 방문한 요르단은 왜 이곳이 미디어의 선택을 받았는지 보여줬다. 건조한 분위기의 고원과 사막이 가득한 요르단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으로 가득했다.

◆ '미생'에 등장한 그 장소 '페트라'

페트라 알 카즈네로 향하는 길 / 요르단=이수현 기자
페트라 알 카즈네로 향하는 길 / 요르단=이수현 기자

지역 대표 관광지인 페트라가 대표적인 예시다. 수도 암만에서 약 250km 떨어진 페트라는 우리에게 '미생' 촬영지로 유명하다. 극 마지막화에서 장그래(임시완 분)와 오상식(이성민 분)이 만나는 장소인 페트라는 경이로운 고대 사원과 어두운 밤 밝게 빛나는 촛불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또한 1989년 개봉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도 주요 배경 중 하나로 페트라가 등장해 우리에게 익숙하다.

페트라 알 카즈네 / 요르단=이수현 기자
페트라 알 카즈네 / 요르단=이수현 기자

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페트라는 과거 아랍계 유목민인 나바테아인이 건설한 도시다. 나바테아인은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부터 요르단과 시리아 등에서 활동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알울라(Al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곳곳에서 그들의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페트라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바위산 사이로 지나는 좁은 길이다. 그 길을 따라 관광객은 기대를 품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마차를 운전하는 현지인 가이드는 이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길 끝에 다다르면 고대 사원인 '알 카즈네'(Al-Khazneh)가 등장한다.

페트라 바위산 / 요르단=이수현 기자
페트라 바위산 / 요르단=이수현 기자

나바테아인의 고대 사원인 '알 카즈네'는 붉은빛이 도는 산을 깎아 만들었다. 높게 솟아오른 건물은 고대인들이 지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고 정교하다. 이에 알 카즈네는 여러 미디어 촬영지로 사랑받았고 그 때문인지 사원 앞 광장은 인기 포토존으로 늘 관광객이 몰린다.

알 카즈네는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매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야간에 열리는 야간관광도 추천할만한 볼거리다. 오후 8시 30분에 시작해 10시 30분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은 '미생'에 등장한 것처럼 길을 따라 수많은 촛불이 빛난다. 그리고 알 카즈네 광장에 다다르면 환하게 빛나는 알 카즈네 위로 수많은 별이 떠오른다.

◆ 화성 같은 이국적인 풍경 '와디럼'

와디럼 사막 바위산 / 요르단=이수현 기자
와디럼 사막 바위산 / 요르단=이수현 기자

페트라에서 남쪽으로 약 100km를 더 내려가면 요르단의 또 다른 관광지 와디럼(Wadi Rum)에 도착한다. 이름만 들으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영화 '마션'에서 화성으로 등장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또한 고전 명작 중 하나인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촬영한 장소도 와디럼이다.

달의 계곡이라는 뜻의 '와디럼'은 사우디아리비아와 인접한 요르단 남부에 자리해 나바테아인들이 지나는 길목 중 한곳이었다. 이에 와디럼에서는 척박한 환경과 달리 여러 고고학 유적이 발견됐고 2011년 유네스코는 와디럼을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했다. 

또한 요르단 정부는 1997년 와디럼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와디럼에 들어갈 수 있다. 베두인 마을을 지나 보호구역 입구에 도착하면 현지인 가이드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거나 낙타를 타고 사막 한복판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가이드를 따라 출발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들어가면 외계행성 한복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와디럼 사막 전경 / 요르단=이수현 기자

화성으로 등장할 만큼 사막은 새빨간 모래와 끝을 알 수 없는 사막과 바위산, 모래언덕으로 가득하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는 이 사막이 주인공 로렌스(피터 오툴 분)을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 상관의 명령으로 베두인 부족을 찾으러 떠날 때도, 오스만이 장악한 아카바를 공격하기 위해 사막을 횡단할 때도 사막은 주인공에게 고난을 안겨준다. 아카바의 척박하고 이국적인 풍경은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지형처럼 보인다.

페트라와 같이 와디럼의 밤도 화려하게 빛난다. 높은 언덕에 올라 일몰은 환상적인 볼거리를 자랑한다. 또한 일몰 후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도 놓쳐서는 안 될 장관이다. 베두인들 또한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숙소를 제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베두인처럼 텐트에서 잠을 잘 수 있고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기지와 비슷한 숙소도 예약할 수 있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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