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비중 줄여온 KBL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농구 득점 순위표가 달라졌다. 기존과 달리 토종 선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로농구가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득점 규정 순위를 살펴보면 26일 오전을 기준으로 한국인 선수들은 ‘톱10’에 6명이 포진해 있다. 귀화 선수인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16.7득점·7위)를 제외하더라도 고양 캐롯 점퍼스 전성현(19.9득점·2위),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이대성(17.0득점·6위), KCC 허웅(15.9득점·8위), 원주 DB 프로미 두경민(15.6득점·9위), 캐롯 이정현(15.0득점·10위)까지 5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전 시즌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21-2022시즌엔 4명(라건아 포함), 2020-2021시즌엔 3명, 2019-2020시즌엔 3명(라건아 포함), 2018-2019시즌엔 1명(라건아)의 한국 선수가 ‘톱10’에 들었다. 2017-2018시즌엔 토종 선수가 득점 10위에 1명도 들지 못했다.
변화의 시작은 사실상 2019-2020시즌이다. 프로농구는 2019-2020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출전을 대폭 줄였다. 이전까진 2~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뛰었지만, 2019-2020시즌부턴 매 쿼터 한 명만 코트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토종 선수가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과거 토종 선수들은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여왔지만, 외국인 선수의 출전 비중이 줄면서 이제 득점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으로 일본, 필리핀 선수들이 가세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 시즌 전성현(32)은 농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34경기에 출전해 평균 32분52초를 뛰면서 19.9득점을 해내고 있다. 국내 선수가 득점 전체 2위에 오른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프로농구 초창기엔 문경은(52), 김영만(51), 서장훈(49), 조성원(52·이상 은퇴) 같은 걸출한 토종 득점원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외국인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수비 전술도 촘촘해 지면서 한국인 주득점원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시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 비중을 조금씩 줄이면서 리그 균형감이 생기고 있다.
전성현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10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를 달성한 토종 선수는 서장훈, 문경은, 김영만, 현주엽(48)에 이어 전성현이 5번째였다. 전성현은 무려 12년 만에 토종 선수 평균 20득점 이상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토종 선수가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 2010-2011시즌 당시 LG에서 뛰었던 문태영(22.0점)이 마지막이다. 문태영 등 귀화 선수를 제외하면 2007-2008시즌 당시 서울 SK 나이츠 방성윤(22.1득점), 2004-2005시즌 당시 서울 삼성 썬더스 서장훈(22.1득점) 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로농구 득점 ‘톱10’ 한국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건 반가운 일이다. 프로농구는 토종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과거의 인기를 재현하려 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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