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2년 맥 못 춘 비이자이익...역량 강화 위한 투자 확대 필요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전경 /KB국민은행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전경 /KB국민은행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이자이익에 치중한 국내 은행권의 수익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며,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자산관리(WM) 사업부문도 하루빨리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들쭉날쭉한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추이를 봐도 시급한 문제로 드러난다. 비이자이익은 WM과 IB, 외환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의 국내 5대 시중은행 비이자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각각 11.24%와 33.05%, 1.25%가 증가한 데 반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22.05%, -65.83%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증시 위축을 고스란히 반영해, 국내 은행들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1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 1000억원에 비해 1/4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사모펀드 부실판매 사태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안 그래도 투자시장 위축으로 부진했던 WM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불구, 각 은행들은 WM 사업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전략육성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만 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무엇보다 타 사업부문에 비해 높은 가치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권에 비해 비교적 선진적인 WM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의 경우, 고액자산가 대상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증식형' 사업모델, 혹은 안전한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는 '자산관리형' 사업모델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문수수료(fee)를 받고 있다.

그에 반해 국내 은행들의 WM 사업모델은 리테일뱅킹, 신탁, 초기 형태의 일임이나 자문 등 판매수수료(commision)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서비스형 모델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점 판매수수료보다는 고객의 수익률과 자산관리를 중요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 영업체계로 전환하고, 본사의 역량 강화와 안정적인 상품 조달 및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개별 투자상품 판매와 판매수수료 중심의 영업은 고객 수익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판매회사인 은행이 불완전판매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의 투자성향, 재무성향, 미래 자금활용 계획 등 고객과의 심층적 상담을 통한 전반적인 재무계획 설계 및 본사 중심의 포트폴리오 영업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대형은행들이다. 이들처럼 본사 주도의 포트폴리오 영업이 정착되기 위해선 판매와 지원, 강력한 내부통제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WM 사업을 위한 본부부서의 역량 강화와 영업점 지원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중심 영업에서는 많은 종류의 상품보다 적재적소의 상품 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확인된 상품만을 소싱해야 하며, 자산운용사 지배구조, 상품 안정도 검사, 판매인력 평가 등 다층에 걸친 리뷰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투자상품 이해와 고객관리를 위한 영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최소 2~3년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는 점도 이 선임연구위원은 강조하고 있다. 국내 은행 역시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연수 및 평가 제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은행권 자구 노력 외에도 관련 법제도의 개선도 병행돼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전업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법 체계가 대표적인 제약이라는 게 이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가령 은행과 증권서비스의 완전한 통합이나 유니버셜 뱅크로의 전환 등으로 WM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제약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정보공유에도 상당한 제한이 존재한다.

국내 은행들은 '일임형 ISA계좌'만 투자일임이 허용돼 있다. 따라서 고객자산의 적극적인 운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한다든지, 운용자산 증가와 이에 연동된 수익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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