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지난해까지 '총수 없는 대기업'이었던 쿠팡이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 동일인 지정을 재추진하겠다고 하면서다. 재추진이 현실화되면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쿠팡의장은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외국인을 대기업 집단 총수로 지정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주요 과제로 업부 보고했다. 동일인의 배우자나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 국적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둔 쿠팡이 대기업 규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10여 건 이상 동일인의 배우자나 2·3세가 외국인이거나 이중 국적자인 경우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동일 지정이 "쿠팡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지만 공정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 우려를 고려해 세계무역기구 등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재추진 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거칠 방침이다.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 관련 규제를 받게 되지만 쿠팡은 2년 연속 대기업집단 동일인 총수 지정을 피했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하면 '6촌 이내' 총수 일가의 사업 현황과 주식 보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감시하고 규제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서울 잠실에 있는 쿠팡 본사를 현장조사했지만,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못하면서 쿠팡은 동일인 지정을 피하게 됐다.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미국과 통상 마찰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때문에 외국인 동일인 총수 지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쿠팡 뿐만 아니라 쿠팡Inc는 물론 쿠팡 Inc 이사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 떄문에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며 "가령 현재 동일인의 배우자나 동일인의 2세, 3세가 외국인이거다 또는 이중국적자인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 언젠가는 이들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원만하게 진행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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