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OVO 규정, 시합구 관련된 세부 조항 전무
KOVO, 문제 제기된 이후 사과, 교육, 징계만 반복
관련 매뉴얼들을 재정비하는 등 노력 필요
V리그 경기 도중 연습구가 사용된 모습. /KBS 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V리그 경기 도중 연습구가 사용된 모습. /KBS 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안일한 대처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6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화성 IBK기업은행과 광주 페퍼저축은행 경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 도중 연습구가 사용됐다.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3세트 IBK기업은행이 17-12로 앞선 상황 당시 최정민(21·IBK기업은행)이 서브를 넣을 때는 공에 ‘연습용’이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계속 진행됐고, 홈팀 IBK기업은행이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16 25-19 25-17)으로 이겼다. 

KOVO는 30일 경기 중 연습구 사용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냈다. KOVO는 “경기 시작 전 시합구는 이상 없이 확인됐다. 1, 2세트까지는 이상 없이 운영됐다. 2세트 종료 휴식 시간에 선수들이 훈련하던 연습구와 볼 리트리버(경기 중 선수들에게 공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요원)가 소지하던 시합구가 섞였다. 3세트 경기 시작 전 이를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팬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경기 운영요원에 대한 관리와 교육을 강화하고 남은 라운드의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KOVO가 발표한 사과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빠졌다. 논란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소재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 지침에는 책임 소재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FIVB 심판 지침에 따르면 ‘부심은 경기 시작 전에 경기에 사용할 5개의 경기용 공에 대해 모두 동일한 특성(색상·둘레·무게·압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또한 부심은 경기 내내 이 공에 대한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V리그 시합구의 모습. /KOVO 제공
V리그 시합구의 모습. /KOVO 제공

스포츠 구기 종목에서 어떤 공을 사용하는지는 선수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공의 재질이나 탄성 등 경기력과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경기 감독관들이 경기 전 철저한 검수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V리그는 2019-2020시즌 당시 전 시즌(2018-2019시즌)의 공을 사용한 사고로 시합구와 관련해 한 번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논란을 빚은 경기 감독관, 대기심, 부심 등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과거 징계까지 내려지는 사건이 한 번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KOVO에는 시합구와 관련된 세부 조항이 아직 없다.

시합구 사용 논란에 대해 KOVO 관계자는 31일 본지와 통화에서 "KOVO에 시합구 사용과 관련한 세부적인 규정 조항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번 경기 중 시합구 사용 논란에 대한 징계 등에 대한 부분도 아직까지 결정된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올 시즌 V리그는 오심, 비디오 판독 오독 등 경기 운영과 관련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KOVO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경기 관계자들에게 징계를 내린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혼란이 가중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과와 교육, 징계뿐만 아니라 관련 매뉴얼들을 재정비하는 등 KOVO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이상 배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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