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종신‧변액보험 등 생보 불완전판매율 높아 “상품금액 높고 기간 길어서”
금감원 “내부통제 강화‧소비자 보호체계 확보에 힘쓸 것”
보험청구서./ 연합뉴스
보험청구서./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소비자 민원이 많거나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보험 상품의 장기유지율이 다른 보험상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가입자 3명 중 1명은 25회차를 납부하기 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 계약에서 ‘유지’란 보험계약이 성립돼 일정 기간 또는 만기까지의 계약 효력이 지속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계약 유지율은 통상 보험 납부자가 13회차와 25회차를 납입했느냐를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의 25회차 유지율은 2021년 기준 각각 67.1%, 68.3%였다. 유지율은 20년 전 대비 각각 7.5%p, 18.2%p 개선된 수준이지만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 생보업계, 불완전판매비율 높은 이유는?

보험상품별로 유지율 격차도 크다. 특히 생명보험 업계의 경우 통상적으로 변액보험과 종신보험 유지율이 장애인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 타 보험 상품보다 낮다. 2021년 기준 장애인 보험과 어린이보험의 25회차 유지율은 각각 80.7%, 77%로 나타났지만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의 경우 각각 60.4%, 53.7%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보사. / 생명보험협회 공시 자료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보사. / 생명보험협회 공시 자료

김동겸 연구위원은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의 낮은 유지율이 개인생명보험의 장기유지율을 낮추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지율이 낮은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불완전판매, 낮은 수익률, 대체상품의 존재 여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보험업권 불완전판매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보험업권의 불완전판매 건수는 총 13만802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생명보험업계의 불완전판매는 8만 4553건에 달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별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ABL생명이 0.3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KB생명(0.25%) △DGB 생명(0.24%)이 이었다.

특히 다른 보험상품 대비 불완전판매해지율이 높은 종신보험의 경우 △DGB(1.1%) △ABL생명 (0.68%) △KB생명(0.37%) △처브라이프 (0.26%)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생보사들 모두 합계 불완전판매계약해지율보다 종신보험 불완전판매해지율이 더 높았다.

합계 불완전판매해지율이 가장 높았던 ABL생명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율을 낮추기 위해 완전판매 교육과 지도점검에 힘쓰고 있다”며 “내부통제 등을 강화해 불완전판매율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종신‧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비율이 높은 이유와 관련해 “종신보험의 경우 아무래도 상품 금액도 더 높고 장기간에 이르는 보험이기 때문에 설명해야 할 부분도, 복잡한 부분도 많은 만큼 소비자민원과 불완전판매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민국 의원은 “보험사의 불완전판매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 부지급 등으로 인해 소비자 불만을 증가하게 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해 병원비를 즉시 납부하지 못함으로 인한 치료 지연과 경제적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율 증가에 따라 유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보험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보험가입에 따른 효용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보험계약 해지로 손실을 경험한 소비자는 보험상품 및 보험산업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계약 유지율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 기업의 평판 등 비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이크다”며 “보험회사의 고객관리, 즉 유지율 관리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내부통제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우선”

금융감독원도 불완전판매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대형 GA를 대상으로 ‘2023년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내부통제 강화와 보험소비자 보호체계 확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기준 GA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비중은 생명보험 40.4%, 손해보험 58.2%로 보험판매 경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보험불완전판매 제재를 받은 보험사와 GA는 총 84건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현실적으로 판매자는 신규계약수당 이후 계약 유지에 대한 유인동기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판매자는 단기 영업성과 달성을 위해 초기에는 관계지향적으로 영업하지만 상품 판매 후 소비자와의 관계가 멀어져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계약 유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간 보험사의 양적 성장전략이 설계사들에게 단기적인 성과 실현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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