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로 신규 배출권 확보가 미래 핵심역량
탄소배출권 거래제 예시 /환경부
탄소배출권 거래제 예시 /환경부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다. 3월 25일부터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며, 금융기관도 규제가 아닌 미래 시장으로 탄소중립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은 이미 상품처럼 매매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비준한 국가는 정부가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에 탄소배출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기업 사이에는 총량거래 방식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곤 한다.

이와 같은 배출권 생성 근거에 따라 탄소시장은 한정된 배출권 할당량의 잉여분을 매매하는 할당량 거래시장과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시행을 통해 확보한 크레딧을 배출권 형태로 거래하는 프로젝트 거래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의 탄소시장인 K-ETS 시장이 할당량 거래시장의 대표라면, 프로젝트 거래시장은 청정개발체제(CDM)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가 규제하는 방식의 탄소시장이 있는가 하면, 감축의무가 없는 기업, 기관, NGO 등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자발적 시장도 존재한다.

한국의 실정은 여전히 '규제적'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글로벌 탄소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선 점차 자발적 시장이 부각되며 규제적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아직 시작단계인 셈이다.

이처럼 규제적 시장에서 자발적 시장으로 변화하게 된 데는 ESG가 기업의 중요한 경영가치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의 2021년 5월 투자자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 중인 기업은 2019년 500개에서 2020년 1000개로 한 해 사이 두 배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탄소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는 규제적 시장은 글로벌 전체 탄소배출량의 5%만을 커버하고 있다. 결국 규제적 시장을 아무리 확대해도 '탄소중립'이란 최종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탄소시장에서 금융사가 찾을 수 있는 사업기회는 '배출권'을 대상으로 한 유통과 발행으로 나눌 수 있다.

유통의 영역이라고 하면 탄소배출권의 중개서비스, 플랫폼 운영, 배출권 매매, 청산플랫폼, 기타 정보서비스 제공과 같은 세부 사업을 꼽을 수 있다. 발행시장이란 것은 배출권 가격에 기반한 파생상품의 개발과 판매 등인데, 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ETF와 같은 상품개발까지 포괄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성지영 수석연구원은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와 같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모습을 보면, 유통 영역에선 대규모 기업고객 기반을 활용해 기업간 배출권 거래를 직접 매칭하는 중개 위주 사업을 영위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발행시장 영역에선 가격변동성이 큰 탄소배출권 현물보다 선물가격을 활용한 파생상품 개발과 판매가 대부분이다. 가령 유럽의 탄소배출권 마켓인 EU-ETS에서 톤당 현물가격은 2011년 9월 12.5유로에서 2013년 4.3유로, 2019년 9.7유로, 2021년 89.3유로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규제적 시장은 총량거래방식이기 때문에 배출한도 대비 추가 탄소배출량 감축분의 거래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최근 확대되고 있는 자발적 시장은 초기 공급량이 없으니 배출권 신규 공급능력이 중요하다.

JP모간, 미쓰이스미모토은행 등의 사례를 보면, 규제적 시장에서 자국 내 배출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 CDM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권을 신규로 창출하고 장외시장에서 중개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기업 투자 등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니 금융사 역량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인 K-ETS의 2020년 거래량은 2000만톤, 거래대금은 62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배출한도 5.6억톤의 3.7%에 불과하다. 앞서 EU-ETS는 배출한도가 17억톤인데 반해, 거래량이 90억톤으로 5배에 달한다.

이전까지는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시장조성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SK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로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20개 증권사의 시장 진입이 허용되며 국내 시장도 배출권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 이들 증권사는 고유자산으로 구매한 배출권을 최대 20만톤까지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간 인류가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때, 그 시점에선 사실 탄소배출권 시장이 더 이상 시장으로서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탄소저감기술이 보급되고 그로 인해 비용이 낮아지면 당연히 배출권 가격 역시 그에 따라 연동해 움직인다.

하지만 당분간 ESG 경영 강화와 탄소저감 노력이 확산되며 탄소시장의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향후 변화될 탄소시장에서 핵심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신규 탄소배출권 발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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