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본격 등장...편의·효율 제고부터 脫달러화까지 용도 다양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08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알던 '화폐'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이제는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의 위상을 안고 있는 만큼. 이전까지 CBDC에 시큰둥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행정명령으로 지시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디지털자산을 활용하는 금융소비자 및 투자자를 보호하고 불법 금융활동 예방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개발 연구에 대한 지시’라고 밝혔다. 또한 백악관은 CBDC 채택으로 인한 금융시스템과 국익에 대한 잠재적 영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국 이는 디지털자산 거래 증가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대해 통제력을 제고하고,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의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표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금융제재 국면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났다. 러시아는 글로벌 은행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퇴출되자 중국이 주도하는 위안화 결제정산시스템(CIPS)과 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대안을 찾아나섰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다. 중국으 지난 3월 기준 시범운영 중인 디지털위안화를 CIPS에 얹어 탈(脫) 달러를 모색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더라도, 미국의 러시아 제재서 드러난 것처럼 달러화의 ‘무기화’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세계 각국은 암묵적으로 달러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선택지가 늘었다.

미국의 우방인 유럽 국가들도 이 같은 탈 달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021년 7월, 디지털유로 프로젝트에 공식 착수했다. 이에 스웨덴·영국·네덜란드·터키·노르웨이 등은 CBDC 기초연구와 모의실험을 시작했다.

200여개 나라에서 약 1만 1000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스위프트에서 미 달러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2022년 1월 기준 약 40% 수준이며, 유로화는 37% 수준이다.

특히 효율화적인 지급결제시스템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CBDC가 국가간의 거액결제용도로 매력적인 선택이며, 현금수요가 갈수록 감소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액결제용 CBDC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세계에서 현금 의존도가 가장 낮은 나라인 스웨덴의 경우, 2017년부터 디지털화폐인 e-Korona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유럽 최초로 2020년 2월,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다.

비교적 금융인프라가 낙후된 신흥국 역시 CBD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 3국 중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신용카드 문화를 뛰어넘었으며 QR코드 등을 활용한 간편결제 인프라로 넘어간 중국의 경우처럼 일상에서 소액결제 부문은 CBDC의 비중이 높다. 

바하마나 동카리브국가기구, 나이지리아 등은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CBDC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인도·태국·캄보디아 등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의 첫 회의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CBDC 검토에 나섰다. 이에 2021년 12월 그라운드엑스(주)와 모의실험 연구사업 1단계를 완료하고 현재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단계에선 클라우드에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가 제조·발행·유통 등의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2단계 실험에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 등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현하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의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2단계 실험의 종료는 오는 6월로 예정돼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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