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은행 CBDC 발행 대비해 디지털화폐 플랫폼 구축 박차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 및 금융안정성 유지에 각별히 유념해야
이창용 "부작용 최소화 정책 대응 방안 마련할 것"
시중은행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본격화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및 유통에 대비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본격화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및 유통에 대비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시중 주요은행들이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본격화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및 유통 가속화에 대비 관련 시스템 구축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을 뜻하는 'Central Bank'와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의 합성어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의미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CBDC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CBSC 모의실험 2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급변하는 디지털금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CBDC 발행 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본격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에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과 △블록체인 플랫폼과 CBDC 핵심 인프라인 전자지갑 서비스 구축을 준비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람다256’과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금융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협업과제 발굴 및 파일럿 과제 수행 △금융 업무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과 신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블록체인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공동연구 및 협력체계 마련 등을 함께 할 예정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의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Multiasset Digital Wallet)’의 시험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은 CBDC 외에도 가상자산·지역화폐·NFT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충전·송금·결제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번 플랫폼 구축은 스테이블 코인인 ‘우리은행 디지털화폐’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NFT의 발행과 이를 송금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멀티자산지갑’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식별자를 통한 신원 및 자격증명 서비스도 은행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 시범구축을 완료했다. 디지털화폐 플랫폼은 △가상의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해 중개기관에 유통 △중개기관인 신한은행은 발행된 CBDC를 개인에게 지급 △개인 및 가맹점은 발행된 CBDC를 활용해 조회·결제·송금·환전·충전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거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형(거래별 데이터 관리)방식으로 구축됐다.

하나은행은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검증을 수행히고 있으며 시중은행이 정상적인 유통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4월 말까지 시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이 디지털화폐의 원활한 시중 유통 및 사용을 위해 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CBDC 발행은 일반 경제주체들의 지급 편의를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로운 금리체계의 형성과 은행 예금의 감소 등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 및 국제금융 연구센터 센터장은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될 경우 민간의 은행예금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여력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금융불안 등 위험회피성향이 큰 상황에서는 이러한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면서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디지털 런(digital run)’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런'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CBDC는 기존화폐와 동일한 비율로 값어치가 책정될 것이기 때문에 은행예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디지털 런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간 학계 일각에서는 CBDC가 은행예금을 대규모로 대체할 경우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약화시켜 금융시스템의 안정, 통화정책의 유효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며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학계 등에서는 CBDC의 구체적인 운영 정책 등에 따라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적지 않게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한은은 CBDC 도입 결정에 앞서 금융시스템 등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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