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네 차례 남은 금통위...코로나 이후 경기 '경착륙' 불가피할 전망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한은)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통해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발생 직후, 0%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한국은행이 또 다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로 집계됐다. 이는 10여 년 전인 지난 2012년 4월과 같은 숫자다. 이는 5월의 3.3%에서 0.6%p가 오른 것이며,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한 달 사이 상승폭으론 역대 최고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업 및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말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물론, 지난 1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도 4.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행보가 앞으로 보다 더 적극적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개된 5월 금통위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다수의 금통위 위원들이 중립 금리까지 빠르게 선제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금융 전문가들은 7월과 8월, 10월과 11월 등, 올해 네 차례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을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물가 상승 지표가 예사롭지 않은 데다가, 미국이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p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빅스텝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물가 안정이 급선무라는 판단은 한은 수장의 입에서도 확인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10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의 물가 상승 국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공공요금 인상,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며 발생한 것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도 한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같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통상 소비 증감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의 근본 요인이 공급망 문제와 같은 대외적 변수와 관련이 깊다면, 기준금리를 올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그 냉기를 물가 상승에 전도시켜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경기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DSR 규제 확대로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위축과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가 가시화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부채 부실이 본격화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이미 5월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신용대출 금리가 5.78%로 크게 뛰며, 신규취급액 기준 연 4.14%로 지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금리 인상 시기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과 달리, 은행권의 신규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5월 기준 17.4%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올해 들어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차주들의 이 같은 선택은 당장의 상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향후 금리인상 국면에 대한 대응보다 당장의 현실이 더 각박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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