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준금리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
"고물가 상황 고착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이창용 "기준금리 인상 기조 이어갈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역대급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0.25%포인트씩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했다. 1월 1.25%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4월과 5월 각각 1.5%, 1.75%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인상은 시장에서도 어느정도 예상했던 행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9명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인 64%가 빅스텝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이번 빅스텝 결정에 대해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또한 믿었던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주가가 추락하며 주요국 국채금리 역시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내 기준금리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여타 품목도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며 6%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금년 중 물가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시장금리가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 기대로 상당폭 상승했으며, 주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소비 감소, 원화 가치 우려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미 달러화 강세에 영향받아 큰 폭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의지도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스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곧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곧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빅스텝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학계에서는 당장, 빅스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해결은 어려울 것이며, 당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기조는 미국 금리와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금새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어렵다. 인플레이션 주요 원인이 국제적 요소에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경제 펀더멘털이 자이언트 스텝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과 비슷하게 금리인상을 가져가야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양 교수는 "희망적인 요소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향후 러시아의 움직임을 살펴봐야하고, 미국에서도 구체적인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유가가 떨어진다면 물가는 자연스럽게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향후 몇 달간 물가가 기존보다 높아지지만 추후 서서히 내려온다면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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