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 6월 CPI, 지난해 동기 대비 9.1% 상승
CPI 충격에 시장은 기준금리 1.0%P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 제기
13일(현지시간) 미 6월 CPI가 전년 대비 9.1% 상승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시장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 1.0%P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 6월 CPI가 전년 대비 9.1% 상승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시장은 7월 FOMC에서 기준금리 1.0%P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가 다시 한 번 찾아올 것 같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6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6월 CPI는 지난달 상승률인 8.6%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시장과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8.8%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시장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6월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고점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욱 큰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추가적인 변동성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모든 시선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시도하는 등, 고강도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6월 CPI는 연준의 추가적인 정책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연준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연준이 고강도 정책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같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은 연준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더욱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때문에 연준은 오는 26일 열리는 7월 FOMC를 통해 더욱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P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이다. 

연준의 울트라 스텝 가능성은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6월 CPI가 발표되자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1.0%P 시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는 “오늘 CPI 수치는 궤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며 “중요 부분을 더 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모든 상황이 고려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1.0%P 금리인상 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드러낸 견해로 풀이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캠브리지대 퀸스 컬리지 총장은 “연준이 7월 기준금리 1.0%P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고, 앤드루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앤드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이라고 여기는데 신중해야 하며 연준은 7월 1.0%P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과 똑같은 급격한 상황 변화가 반복 되는 것도 1.0%P 인상 안에 힘을 싣게 하고 있다. 6월 FOMC를 앞두고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이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5월 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대폭인 8.6%를 기록하자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준의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시장을 지배했고, 결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지금의 분위기가 한 달 전과 같다. 시장은 7월 FOMC를 통해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FOMC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6월 CPI가 충격적으로 나오면서 상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이 6월 CPI가 발표된 직후 기준금리를 1.0%P 인상했다.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이는 0.75%P 인상을 전망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선진국 중앙은행 중 1.0%P 금리인상을 단행한 곳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때문에 캐나다의 행보가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을 경악하게 한 캐나다의 금리 인상은 연준이 7월 최소 0.75%P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전망 역시 1.0%P로 기울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 1.0%P 인상 확률은 78.0%로 집계됐다. 전날 7.6%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기준금리 0.75%P 인상 확률은 92.4%에서 22.0%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에도 미 연준이 고민하는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다. 안 그래도 자이언트 스텝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트라 스텝을 단행한다면 경기 침체로 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3%로 0.6%P 하향조정하며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면하기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앤디 스파크스 MSCI 포트폴리오 관리 리서치 담당 대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공격적인 조치가 경제를 전면적인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지만 연준은 우선 물가 잡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FOMC를 마친 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7월 울트라 스텝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자이언트 스텝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7월 CPI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수치는 내려갈 것이다”며 “경제가 정말로 느려지고 있어 연준은 정책을 바꿔야만 하며 0.75%P보다 더 올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식품 및 가스를 포함한 인플레이션 지수는 최근 몇 주 동안 가격이 조정되었기 때문에 7월 CPI는 둔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6월 CPI 발표 후 “바로 연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며 7월에도 0.75%P 인상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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