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불확실한 임기로 선수단 장악에 한계
직함에 따라 신경 쓰이는 외부 시선
성남FC 정경호(왼쪽) 감독대행과 김남일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FC 정경호(왼쪽) 감독대행과 김남일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감독이 갖춰야 할 자질 중 하나로 ‘선수단 장악력’이 꼽힌다. 감독직은 에이스가 아닌 ‘리더’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스타 출신 선수들은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승격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구단은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는 리더인가’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감독은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 지식도 갖춰야 하지만, 사람을 잘 포용하기도 해야 한다. 관리자로서 선한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위치다. 권력은 감독에게서 나오지만, 임기에서도 나온다. 임기가 짧거나, 보장되지 않으면 권력 행사에도 한계가 생긴다.

감독대행의 권력은 사실상 감독과 코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임기가 불확실해 선수단 장악력이 정식 감독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정식 감독 못지 않은 수준이다. 보통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를 한 정식 감독들의 뒷일을 온전히 정리해야 할 때가 많은 탓이다. 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갑작스럽게 승격한 이들은 비상사태 상황에서 구단과 선수단으로부터 리더십을 평가 받게 된다.

◆ 불확실한 임기로 선수단 장악에 한계

일례로 프로축구 K리그1(1부) 성남FC의 정경호(42) 감독대행을 들 수 있다. 그는 김남일(45) 감독이 성적 부진을 통감하고 물러난 성남 구단을 책임지고 있다. 팀은 리그 최하위인 12위(5승 6무 17패·승점 21)에 그치고 있어 책임감이 막중하다. 김남일 감독이 떠난 후 첫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수원FC전에서 2-1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표류하고 있는 팀을 안정화시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호 감독대행은 K리그 사상 최초로 승리를 거둔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기록됐지만, 경기 후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김남일 감독 사퇴에 따른 책임감이 느껴졌던 경기였다”며 “첫 경기는 51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채워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처음 겪어 보니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1, 2부 리그를 통틀어 감독대행은 총 54회 등장했다. 성남은 감독대행 사례가 많았던 구단 순위에서 대전하나시티즌(6회)에 이어 FC서울과 함께 2위(5회)에 올라 있다. 정경호 감독대행의 경우 P급 지도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어 팀을 이끌기엔 무리가 없지만, 현재 팀 전력상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승강제 도입 후 감독대행들이 지휘봉을 잡은 경기는 1일 기준으로 총 518경기에 이른다. 하지만 승률은 48.2%(177승 145무 196패)에 그치고 있다. 비교적 단기간 지휘봉을 잡는 감독대행이 팀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최원권 대구FC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원권 대구FC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직함에 따라 신경 쓰이는 외부 시선

성적에 대한 부담 외에 감독대행들이 겪는 고충은 또 있다. 바로 외부의 시선이다. 선수 출신인 각 구단 코치들은 대개 비슷한 연배다. 동시대에 동료 선수로 활동했지만 소속 구단 상황과 해당 인물의 자질 등에 따라 누군가는 감독이 되고, 누군가는 수석코치로 올라가며, 누군가는 코치에 머물러 있게 된다. 때에 따라선 ‘코치-감독대행-코치’라는 우여곡절도 겪는다. 정식 감독이 물러나 감독대행으로 승격됐지만, 구단이 외부에서 감독을 수혈하면서 다시 코치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거 그러한 일을 경험한 스타 출신 A코치의 심경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 “훌륭하신 감독님이 오셨다. 코치직을 다시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대외적으로 알린 답변이었다. 그러나 A코치와 선수 생활을 함께하고 동년배이기도 한 타 구단 B코치는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수장이 된 B감독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구단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일들을 겪을 수 있다. 예정대로 코치-감독 코스를 밟으면 다행이지만, 사무국 직원으로 빠지게 되면 (외부 시선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물며 비슷한 시기에 코트를 누볐던 동료 선수 출신들과도 은근한 경쟁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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