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여전히 높아…내수, 수출 모두 침체의 복합불황 우려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무역수지 적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불어 소비도 감소하며 경제 성장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94억 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수출은 566억 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늘었지만 수입이 661억 5000만달러를 기록, 28.2%가 증가하며 수출보다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이어진 상황은 14년 만에 처음이며 문제는 연간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1996년의 206억 24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환율 상승에 따른 여파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수출 역시 한풀 꺾였다는 것도 문제다. 8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가 감소한 반면 수입은 26.1%가 증가했다.
무역수지의 적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줄어들기 마련이며 이에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잇따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1354.9원으로 마감하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2일에는 1360원대까지 오르며 하루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상적으로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환율이 오르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무역에 있어서도 악재가 되고 있다.
이에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 현상이 수출업체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환율 급등 현상이 수입업체나 수입물가에 주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9월 중에 있을 각종 이벤트 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할 민간 소비도 고물가로 인해 성장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7%로 민간 소비와 서비스 중심으로 2.9%가 증가했다. 민간 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1.3%포인트(p)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과 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유지했으며 지난 8월 겨우 5%대 후반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다. 이에 통계청은 지난 7월 국내 소비가 지난달 대비 0.3% 감소하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물가로 인해 국내 소비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발표한 '물가 정점 통과와 다가오는 경기 침체' 보고서를 통해 "아직은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며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으나, 수출단가 요인이 약화하는 하반기 후에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하는 복합불황이 우려된다"며 "고금리·고물가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 역시 내년 초까지 5%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을 이어가다 내년 여름쯤 3%대로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경제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한은은 "주요 물가 리스크를 점검해 본 결과,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 수요 측 물가 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한결 기자 hhhh893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