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확한 현실 반영 위한 '보정' 논란 지속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주춤했던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에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지표가 되는 통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0%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지난해 동월 대비)은 지난 7월, 6.4%를 기록했다. 또한 일반인들이 전망하는 향후 1년 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020년 6월 상승세로 전환돼, 2022년 7월에는 4.7%에 달하고 있다.

두 통계는 성격이 다르지만 상호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는 두 통계가 특성이 유사해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전반적인 추세가 유사하더라도 세부적인 항목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르다면, 미래를 진단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향후 개별 소비자물가에 대한 제한적 정보만 제공하게 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 분류 개별 소비자물가는 크게 상품과 서비스로 구분된다. 상품은 다시 농축산물·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로 나뉘고, 서비스는 집세·공공서비스·개인서비스로 세분화된다.

두 통계의 시차와 성격을 감안해 개별 소비자물가의 항목들은 각각 가중치를 갖는다. 특성을 유사하게 보정하기 위한 장치다.

보험연구원의 윤성훈·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이 2011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월별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세분화된 개별 소비자물가의 가중치가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개별 소비자물가의 기여도를 보면 대부분 농축산물·공업제품·개인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집세의 경우,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들에 비해 영향이 적었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별 소비자물가의 기여도를 보면 농축산물은 크지 않고 공업제품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집세와 개인서비스의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를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촉발한 것은 농축산물이었고 이후 개인서비스와 공업제품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유발한 것은 농축산물과 집세였다. 이후 개인서비스와 공업제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같은 결과는 소비자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세부적 특성이 같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집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집세의 경우 가중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집세의 경우,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보다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를 두고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바와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가령 미국의 사례를 보면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집세의 가중치는 우리나라보다 3.4배 높다. 이는 자가주거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의 경우 집세의 가중치는 특수 분류 시 32.563(전체 100 기준), 일반 분류 시 32.946이며, 일반 분류 시 32.946에는 자가주거비의 가중치 24.251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의 경우, 집세의 가중치는 특수 분류 시 98.3(전체 1000 기준), 일반 분류 시 98.3이며, 일반 분류 시 98.3에는 전세 54.0, 월세 44.3이 포함돼 있고 자가주거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자가주거비를 제외하면 집세의 가중치는 양국이 비슷한 정도다. 유럽중앙은행도 2026년부터 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 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할 예정이다.

보험연구원의 주장은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 구성 항목에 포함하는 등, 집세의 기존 가중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이나 소비·저축 등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고민에서 그동안 암묵적으로만 고려되던 주택 가격 움직임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 지수에 자가주거비를 포함시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자가주거비'는 단순히 주택 가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 등 소비자물가 지수에 포함하고 있는 나라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이를 측정하고 있다. 가령 직접 관측되지 않는 자가주거비는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 사용자비용 접근법, 순취득 접근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자가주거비의 소비자물가 지수 반영 여부는 폭 넓은 관점의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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