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인 선수들 "닮고 싶다" 한 목소리
롤모델로 인한 배구계 선순환 기대
김연경. /KOVO 제공
김연경.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양효진(33·현대건설) 선수를 닮고 싶어요.” (체웬랍당 어르헝)

“김연경(34·흥국생명) 선수는 위대한 선수라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임혜림)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 곳곳에선 낯익은 이름들이 들렸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49명 중 가장 먼저 부름을 받은 1순위 몽골 출신의 어르헝(18·페퍼저축은행)은 ‘어떤 선수를 닮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양효진의 이름을 언급했다.

2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된 임혜림(18)은 드래프트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연경 선수는 위대한 선수다. 키가 큰데도 기본기가 좋다.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 배구 외적으로 멘탈, 자기관리 부분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V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들은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딛는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된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기대주들은 자신의 미래 모습을 성공한 ‘롤 모델’에 투영하곤 한다. 자녀 선수와 현장에 대기하던 부모들도 머릿속으로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드래프트 중간엔 틈틈이 황연주(36·현대건설), 김연경, 김희진(31·IBK기업은행) 등 리그 베테랑들의 격려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 김연경은 십수 년 전 신인 드래프트 때를 떠올리며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몽골 출신의 체웬랍당 어르헝. /KOVO 제공
몽골 출신의 체웬랍당 어르헝. /KOVO 제공

바늘구멍 수준까진 아니지만, 요즘 취업문은 좁기만 하다. 이날 드래프트에선 49명 중 21명만 지명됐다. 취업률은 42.86%로 지난해 44.19%보다 낮았다. 10여 년 전이던 2010-2011시즌 90.47%(21명 중 19명 지명) 때와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낮은 취업률은 자녀를 배구 선수로 키우기 꺼려하는 분위기를 더욱 조성할 수 있다. 막상 프로 선수가 돼도 다른 종목에 비해 금전적인 보상은 후하지 못한 편이다. 배구 선수로 진로 모색을 꺼리게 하는 요소다.

일례로 골프 종목의 경우 대회 우승마다 상금을 추가해 광고, 협찬 등을 포함하면 연간 수십억 원 수준의 수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구는 아마추어 환경도 열악한데, 프로의 세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김연경조차 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2억5000만 원 등 총 7억 원(1위)의 보수를 약속 받았을 뿐이다.

배구계에 발을 들이려는 이들이 많아지기 위해선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슈퍼 스타들도 많아야 한다. 그로 인해 배구계 문을 노크하는 인재도 늘어날 수 있을뿐더러, 장기적 관점에선 배구 산업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 호명돼 기뻐하는 선수들과 감격해 눈물을 보인 일부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구의 미래도 함께 고민해 보게 한 취재 현장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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