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0년대 대표모델 ‘스텔라’·‘갤로퍼’ 영문 상표 출원
포니 디자인 입은 아이오닉5부터 N 비전 74 콘셉트까지
역사성 강조해 브랜드 정체성 강화·시장 트렌드 공략 기대
영화 서울대작전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옛 차량들. /사진=현대자동차
영화 서울대작전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옛 차량들. /사진=현대자동차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과거의 차량들을 재해석하거나 되살려내는 레트로(복고풍) 디자인에 적극적이다. 브랜드의 역사성(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레트로를 선호하는 최근의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해석된다.

13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18일 ‘스텔라(Stellar)’와 ‘갤로퍼(Galloper)’의 영문 상표권을 출원했다. 스텔라는 현대차가 1983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한 중형 세단, 갤로퍼는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SUV다.

스텔라는 포니에 이어 현대차가 만들어낸 두 번째 고유 모델이자 첫 자체개발 중형 세단이었다. 포니를 디자인 했던 이탈리아 스타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을 거쳤으며 현대차에서 가장 오래 명맥을 이어온 현행 쏘나타의 전신이다.

갤로퍼는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이 미쓰비시 파제로를 국내 시장에 맞게 현지화 해 선보였던 SUV로 2003년 테라칸 출시 전까지 현대차 대표 SUV 모델로 자리했다. 당대 시장에서 독주하던 쌍용차 코란도 위세를 꺾은 모델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스텔라와 갤로퍼가 향후 전기차로 시장에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이미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에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해 적용한 바 있다. 아이오닉5는 포니의 디자인 요소를 갖추고도 미래지향적이고 차별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낸 모델이다.

스텔라. /사진=현대자동차
스텔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앞서 브랜드 역사를 강조한 헤리티지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포니, 그랜저 등 과거 차량을 기반으로 최신 장비인 픽셀 헤드램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접목해 현대적  재해석한 콘셉트카다. 다음 헤리티지 시리즈 모델은 전기차로 재탄생한 갤로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7세대 대형세단 그랜저에도 이른바 ‘각그랜저’로 불리던 1세대 모델의 디자인 요소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모델의 직선적인 선을 사용해 안정적인 차체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LED 주간주행등 및 후미등을 통해 현대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개봉한 넷블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는 포니 픽업, 1세대 그랜저, 2세대 쏘나타, 스텔라, 코티나 등 8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차량들이 등장해 활약한다. 현대차는 이 영화에 차량 외에도 옛 원효로 서비스센터 부지를 촬영 장소로 제공했으며 해당 영화 스핀오프 형식의 광고 영상을 통해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 일부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지난 7월 고성능 N 브랜드의 롤링랩 콘셉트카로 선보인 ‘N 비전 74’에도 레트로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롤링랩은 모터스포츠에서 영감 받은 기술을 양산모델에 반영하기에 앞서 연구개발·검증하는 차량이며 N 비전 74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공개 직후부터 주목을 받은 N 비전 74 외관은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였던 ‘포니쿠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포니쿠페는 현대차가 첫 양산 스포츠카로 선보이고자 프로토타입 차량까지 개발했지만 당시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적 이유 등으로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현대차 수소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수소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 /사진=현대자동차

이처럼 현대차가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해 활용하는 행보는 최근의 레트로 유행에 부합하는 동시에 역사성 강조를 통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 시장에서 20세기 디자인을 재활용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이 같은 레트로 마케팅도 신차 판매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는 역사적인 모델을 중심으로 전통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 충성도를 제고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현대차는 그간 유럽, 미국, 일본 등의 브랜드에 비해 이 같은 부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글로벌 인지도가 크게 강화된 현 시점에서 브랜드 정체성 강화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에 이어 올해 아이오닉6를 출시하고 N 브랜드 고성능 모델까지 선보이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또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북미에 이어 유럽에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차량 성능 개발과 인지도 향상을 위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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