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정부 '코로나 추경'으로 '적자성 채무 증가' 시각…'건전재정'으로 차별화 모색 
매년 GDP 대비 적자비율 3% 이내 유지…국가채무비율 60% 초과하면 2%로 축소
기재부, '복지사업 중심으로 지출 줄이나' 질문에 "그간 관대화 경영 보완 필요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두 번째)이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두 번째)이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새 정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한다.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 때 적자성 채무가 늘어나 국가재정이 위기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다만, 일각에선 내년부터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글로벌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복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을 통해 재정의 총량 관리를 강화하고, 예타(예비타당성)제도 개편을 통해 재정의 문지기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재정준칙 도입방안과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재정준칙 도입방안은 지난 7월 7일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발표된 후, 지난달 18일 개정준칙과 관련한 콘퍼런스를 통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쳤다.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법제화 수순에 들어갔다. 

재정준칙 도입은 정부가 재정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을 확립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과제로, 더 이상 도입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재정준칙은 이미 105개 국가에서 도입 중이며, 한국과 튀르키예(터키)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모두 도입한 상태다. 

이번에 마련된 재정준칙에는 보다 엄격한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통합재정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매년 GDP 대비 적자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적자비율 한도를 3%에서 2%로 축소해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준칙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재정관리체계도 구축한다. 현재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중심의 건전성 지표에 추가로 여러 지표를 추가해서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재정지표를 발굴한다. 아울러 위기 시에는 재정의 역할이 제약되지 않도록 재정준칙 예외조항 등 보완장치도 마련해 운용한다. 

예타 제도도 강화한다. 예타 면제요건 구체화를 통한 예타 면제 최소화를 비롯해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신속예타절차 도입 △국민들이 관심 있는 지역의 사업에 대한 예타 관련 정보 제공 △사업 규모가 큰 SOC(사회간접자본) 및 R&D(연구개발)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현행 500억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대규모 복지사업에 대해서는 본사업 예타 전에 시범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복지사업은 재정이 투입되면 사업 중단이 어려운 비가역적 특성이 있어, 신규사업 추진 여부 판단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대규모 복지사업은 필요시 시범사업 실시 후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본사업에 대한 예타 실시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재량 지출이 줄어들면 정책 설계·집행이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령화로 의무지출에 대한 성역 없는 지출구조조정 노력 없이는 재정 확립이 어려울 수 있다"며 "(때문에) 연금 개혁이나 건보지출 효율화, 혹은 내국세에 일정 비율이 가는 교부금의 개편 등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답했다. 

최 차관은 이번 예타 개편방안이 '복지사업을 중심으로 의무지출비중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간) 복지사업에 대한 약간의 관대화 경영이 발견돼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다"며 "최소한 시범사업 단계에서 예타에 대한 장치가 없으면, 결국 본 사업으로 이행이 돼 다시 돌리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복지사업에 대한 예타 관리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법안이 확정되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예산 평성 시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대응과 복지수요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전쟁·재난·경기침체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준칙 적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토록 해 위기적 경제 상황에는 재정이 필요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재정 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 및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국회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재정 상황의 심각성과 준칙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 부족 등으로 지연돼 왔다"며 "이제는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건전재정의 기틀을 확고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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