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 8월 CPI 상승률 8.0%, 시장 예상치 상회
뉴욕증시 폭락, 시장은 9월 연준이 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 제기
미 8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8.0%로 나타났다. 이에 뉴욕증시는 폭락했고, 시장은 9월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미 8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8.0%로 나타났다. 이에 뉴욕증시는 폭락했고, 시장은 9월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세계 경제에 또 한 차례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가 찾아왔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8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웃돈 수치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잃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근원 CPI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6.3%를 기록,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8월 CPI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전문가들은 8월 CPI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근원 CPI는 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한 8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5.7%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뉴욕증시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물가 정점론에 힘을 보탰다. 유럽 증시도 동반 상승했으며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역시 상승 궤도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도 시장의 상승곡선을 막지 못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92%까지 예상했다. 

스테파니 랭 홈리히 베르그 수석 투자 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연준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마무리되는 데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13일 8월 CPI 발표로 한 번에 깨졌다. 물가 정점론은 완전히 힘을 잃었으며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더불어 시장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있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이에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 대비 3.9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4.32%와 5.16%가 추락했다. 3대 지수의 하락률은 2020년 6월 11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피 역시 2.60%(14일 오전 9시 30분 기준) 급락 중이다. 

이에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건스탠리 글로벌투자연구소 연구원은 “8월 CPI는 인플레이션이 회복될 때까지 우리가 가야할 긴 여정을 확실하게 상기시켜준다”며 “하강궤도에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는 시기상조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장에는 이제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효과가 없음을 확인시켜준 지표라는 평가와 함께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P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8월 CPI 발표 후, 자이언트 스텝을 밝은 것이란 예상이 66%로 떨어졌다. 반면 울트라스텝 밝은 것이란 예상은 전날 0%에서 34%로 치솟았다. 이젠 기준 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릴 것이란 예상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 8월 CPI가 ‘울트라스텝’이란 공포를 몰고 온 것이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9월 금리인상을 1%P로 상향 조정했다. 스콧 부흐타 브리언 캐피털 채권전략 헤드 역시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해서 빨리 끝내는 게 가장 좋다. 연준이 1%P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울트라스텝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침체를 유발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란 이야기다. 이들은 자이언트 스텝 역시 고강도 정책이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톰 디 갈로마 시포트 글로벌의 매니징디렉터는 “시장은 9월 0.75%P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연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을 따르고 싶어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에버코어 ISI 역시 “1%P 인상 확률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긴축 스탠스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연준은 9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울트라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불안 재생산 △통화정책의 시차 △핵심물가의 하방경직성에 대한 연준의 사전적인 이해도 등을 꼽았다. 

9월 FOMC는 오는 20일 시작된다. 연준이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키움증권은 “9월 FOMC 결과를 지켜보고서 비중 조절에 나서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대안이라고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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