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8월 CPI 직격탄 맞은 뉴욕증시 휘청
국내 증시 하락장 이어질 가능성 커, 전략적 투자해야
8월 CPI 후폭풍으로 뉴욕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코스피 역시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4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2382.78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8월 CPI 후폭풍으로 뉴욕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코스피 역시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4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2382.78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뉴욕증시가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후폭풍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8월 CPI 상승률는 전년 대비 8.3% 올라 시장 예상치 8.0%를 웃돌았다. 8월 근원 CPI 역시 전년 대비 6.3% 올라 시장 예상치인 6.0%보다 상승 폭이 컸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CPI 발표 전까지 힘을 받았던 인플레이션 정점론은 완전히 무너졌고,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고, 일각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P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CPI 발표 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9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32% 급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무려 5.16% 추락했다. 3대 지수의 하락률은 모두 2020년 6월 11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로 14일에는 소폭 상승(다우 0.10%‧S&P500 0.34%‧나스닥 0.74%)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5일 긴축 공포감이 살아나며 다시 추락(다우 0.56%‧S&P500 1.13%‧나스닥 1.43%)했고, 16일에도 이런 하락(다우 0.45%‧S&P500 0.72%‧나스닥 0.90%)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16일에는 ‘경기동향 풍향계’라고 불리는 글로벌 물류업체 페덱스 쇼크가 시장을 짓눌렀다. 페덱스의 주가는 실적 저하와 함께 페덱스 최고경영자(CEO)의 경기 비관 전망에 침몰했다.

페덱스는 다음주 발표 예정인 분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춰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분기 이익은 시장 전망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고, 분기 매출도 종전 전망치보다 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라즈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예상하며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이날 페덱스는 전장 대비 무려 21.40% 폭락하며 1978년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약세장의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확인돼야만 끝나는 여정이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 기약이 없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다.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4.5%~6%까지 올릴 것이다”며 “금리가 4.5% 오르면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앞으로 20% 더 하락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국내증시 역시 미국 CPI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시간으로 CPI가 발표된 1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6% 밀렸다. 뉴욕증시와 비교해 낙폭의 크기는 작았다. 하지만 다음 날인 15일, 뉴욕증시는 소폭이라도 반등한 반면 코스피(0.40%)는 다시 한 번 추락했다. 16일에는 0.79%가 밀리며 24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2382.78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앞날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 후폭풍과 더불어 1400원에 다가가는 높은 환율, 다가올 한미금리 역전현상, 6개월 연속 이어질 것이 명확화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뽀족한 수가 없는 정책 등악재의 연속이다. 게다가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저하 우려도  문제다.

이 같은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둘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7월과 8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온 외국인들은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총 1조 7500억원을 팔았다. 

이에 국내 증시는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가장 불확실성이 큰 기간으로, 당분간 하락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대세적 흐름이 돌아서려면 통화정책이 바뀌거나 경기 흐름이 바뀌어야 하는데 향후 6개월 간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는 20일 시작되는 FOMC 이후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한 번의 FOMC로 추세가 반전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불확실성이 조금은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FOMC에서 더욱 강한 긴축 정책이 이어진다면 시장은 더욱 깊은 침체로 빠질 수 있다. 

시장은 코스피의 2300선도 위태롭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긴축과 경기 불안, 무역수지 적자라는 삼중고에 FOMC의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추세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며 코스피 최저점이 2050선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금 시기에는 주식의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주식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신증권은 “배당주(통신‧손보), 방어주(통신‧음식료) 비중을 늘려갈 것을 권고한다”며 “저점 지지력이 확보된다면 장기 소외주, 단기 낙폭과대주(반도체‧인터넷‧미디어‧교육‧화장품‧의류‧증권) 중심으로 아주 짧은 매매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실적을 주목했다. 메리츠증권은 “FOMC 이후 주식시장의 관심은 다시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며 10월부터 시작되는 3분기 실적시즌은 2분기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실적에 따른 종목별 주가 차별화 국면이 나타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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