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오는 2024년 상반기 초고령화사회 도달
실버 체육인 단순 건강 넘어 삶의 질 증진 목적으로 운동
지난 2012년 전국 60세 이상 어르신 134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전국 어르신 탁구대회에서 어르신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전국 60세 이상 어르신 134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전국 어르신 탁구대회에서 어르신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에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일 때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올해 5월 기준 17.6%로 고령사회가 됐다. 통계청은 오는 2024년 상반기에 초고령화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유행가의 가사는 이젠 옛말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2020년 9월~2021년 9월)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은 60.8%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0.7%p 증가했다. '실버 세대'인 60대는 전년 62.1%에서 63.2%로, 70대 이상은 57%에서 58.3%로 각각 늘어났다.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생활체육은 걷기, 등산, 체조 순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역동적이고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실버 스포츠맨'들이 있다. 그들은 탁구부터 테니스, 풋살까지 다양한 생활체육으로 건강은 물론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 중인 권상택(66) 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니어테니스대회에 나가 입상도 했다. 지금은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잠시 쉬고 있지만, 빨리 나아서 다시 경기를 뛰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 시대 전과 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사람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나같이 나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있어서 그냥 마스크 쓰고 등산이나 가고 걷고 그랬다. 요즘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고 날씨가 좋기도 해서인지 동호회 사람들이 자주 테니스 친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의 한 탁구장에서 만난 60대 자영업자 A 씨는 "취미로 탁구를 한 건 20년도 더 넘었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탁구를 하러 간다. 크게 무리는 없지만 전신 운동되고 좋다"며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치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홍규태(61) 씨는 매주 토요일 저녁 풋살 동호회에 나간다. 동호회는 20대부터 60대까지 있으며 여성 선수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는 "풋살이 격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다. 오히려 축구보다 덜한 편이다"라면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 찰 수 있어서 좋다. 저한테 맞춰주는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아프지 않다면 꾸준히 차고 싶다"고 밝혔다.

본지와 인터뷰에 응한 3명의 시니어 체육인들은 하나 같이 "아프지 않게 오래"라는 말을 강조했다.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신경은 나빠지고 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즐기는 세 종목 모두 걷기, 등산, 체조 등과는 달리 지구력과 균형 잡힌 움직임이 필요한 편이다. 목이나 어깨, 손목, 무릎 등의 부상에 취약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가 오히려 병원 신세를 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권상택 씨가 그런 경우에 해당됐다. 

생활체육인들이 경기도 김포시 PnC풋살파크에서 풋살 경기를 하고 있다. /김호진 기자
생활체육인들이 경기도 김포시 PnC풋살파크에서 풋살 경기를 하고 있다. /김호진 기자

그럼에도 이들이 생활체육을 하는 이유는 무얼까. 바로 소통이다. 그들에게 스포츠 활동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함께 운동하며 사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등 담소도 나눌 수 있다. 운동을 함께 하면서 건강과 개인의 만족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바야흐로 '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다. 통계청은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3.5세라고 밝혔다. 건강한 상태로 보내는 기간은 66.3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아픈 상태로 보내는 기간은 17.2년이 다. 살아가는 시간 중 약 20%는 아픈 상태다. 유병장수 시대에 운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생활체육을 즐기는 한 실버스포츠맨은 아프지만 운동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고 말한다. 

"눈은 침침하고 팔도 다리도 아픕니다. 그런데도 왜 운동을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 많아요. 왜 하냐고 물으면 '살려고 운동한다'고 그래요. 살아야 먹고 놀러도 다니고 할 수 있잖아요. 당연히 오래 사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아파서 누워만 있어야 하면 자식들이나 며느리들한테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꾸준히 운동하러 나갑니다. 나이 먹어서 주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밌습니다."

김호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