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생 거래소1년째 상장 종목 2개...현실 한계인가, 시장 특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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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ESG 가치 추구를 표방한 미국의 신생 거래소 LTSE(Long-Term Stock Exchange)의 상장 기업이 1년 넘게 두 곳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ESG 관련 투자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LTSE는 이름 그대로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최근 10여 년간 자본시장의 가장 큰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거래소다.

이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폭넓게 고려하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의 이행이며, 최근 급격히 대두되고 있는 ESG 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로운 자본시장을 꾸려가자는 것이다.

LTSE는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의 주창으로 스타트업으로 설립돼 지난 2019년 5월 미 SEC의 승인을 받아 증권거래소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으로서 왕성한 투자 유치를 보였던 것에 반해, SEC 승인 이후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실제 시장 운영은 상당히 정체됐다.

2021년 8월 26일 업무관리 플랫폼 기업인 아사나, 클라우드 통신 플랫폼 기업인 트윌리오가 상장돼 거래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추가 상장은 없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 자본시장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념과 전력을 표방하는 새로운 거래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LTSE도 그 중 하나다.

LTSE는 ▲기업의 창업자·경영자가 단기적 실적에 대한 압박 없이 창업 비전에 따른 장기적 목표를 일관성 있게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시장 ▲단기적 거래자(trader)가 아닌 진정한 기업의 소유자(owner)로서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시장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두루 고려하는 기업을 위한 시장을 표방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 초점을 갖는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며, 서로의 성공에 있어서 각자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 초점을 갖는 기업은 성과를 수년 내지 수십년의 기간에 걸쳐 측정해야 하며, 장기적 의사결정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장기적 초점을 갖는 기업은 임원 및 이사의 보상을 장기성과에 일치(align)시켜야 한다 ▲장기적 초점을 갖는 기업의 이사회는 장기 전략 수립에 관여(engage)해야 하고, 장기 성과지표를 이용한 평가를 통하여 명시적 감독(explicit oversight)을 해야 한다 ▲ 장기적 초점을 갖는 기업은 자신의 장기 주주들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이들의 관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등, 5가지 원칙에 입각한 상장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설립 이념과 상장 기준은 설립자인 에릭 리스가 오랫 동안 제기해 온 문제의식에 근거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성훈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단기적 회계성과, 단기목표 중심의 공적시장 투자자들로부터의 강한 압박으로 기업 창업자·경영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창업 정신과 비전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전략의 추구가 가능하도록 창업자·경영자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기업지배구조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LTSE는 이러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이 상장하고 주식이 거래될 수 있는 거래소다.

LTSE는 기업과 장기주주 간의 연계와 관여를 강화하기 위해 주식 보유기간에 비례해 의결권을 늘려주는 'tenure voting' 제도 도입을 상장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분기별 실적공시는 기업의 장기계획과의 관련성 아래 작성돼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1년 미만의 실적목표에 연동된 임원 성과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도 룰이다.

미국 내 자본시장에서 단기 업적주의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상장 후 지분율 하락에 의한 경영권 약화 등의 문제는 다수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주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따라서 1996년 이후 미국의 상장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그렇다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중시하고 ESG 가치에 공감하는 기업들에게 LTSE는 기존 거래소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LTSE 상장 기업이라는 게 일종의 ESG 인증 효과를 가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는 무엇 때문일까 의구심이 남는다. 조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새로 출범한 신생 거래소가 갖는 한계를 꼽았다. LTSE가 표방하는 ESG 가치에 공감하더라도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규모나 거래량이 받쳐줘야 적절한 가치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LTSE는 타 거래소에 복수 상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혹은 기대와 달리 LTSE의 이념에 공감하는 창업자나 엔젤투자자 등이 실제로 많지 않을 수도 있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환경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안팎의 '규제'가 강화되자 이를 모면하려는 '그린워싱'이 활개를 치는 것처럼, 자본시장에서 ESG 가치는 아직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의 자본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적투자가 가장 발달해 있는 곳이다. LTSE가 표방하고 있는 이념과 모델에 동의를 한다고 해서, 굳이 투자 플랫폼을 LTSE로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나와 트윌리오가 LTSE에 상장 후 일년 가량 기간 동안 거래량 변화를 보면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두 기업은 전체 거래량에서 LTSE가 차지하는 비중이 초기에 2% 미만 수준에서 최근에는 1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세적 증가를 보여준다.

LTSE가 장기투자자를 위한 시장을 표방하는 거래소니만큼, 거래회전율은 여타 거래소에 비해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 비중이 증가 추세라는 것은 이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기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다 시간이 흘러 LTSE의 세부적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보다 의미 있는 결론과 대안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과 경제의 새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ESG 가치가 과연 자본시장에서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곧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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