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메리츠증권·DB금융투자·DB손보서 13년 째 CEO로 활약
사진 왼쪽부터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각사 제공
사진 왼쪽부터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각사 제공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오너가의 경영참여 비중이 적은 금융산업에서 전문경영인들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매출 1조를 넘기는 대형 금융사의 CEO로 활약하고 있는 3인의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 중 대표이사 직함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10명 이상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지난 2005년 1월 1일자로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이달까지 90개월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최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상장사 중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모두 231곳이다. 이 중 대표이사 직함을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CEO는 모두 322명에 달하며 오너가 출신 인사가 54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와 지난해 사이 대표이사로 최초 선임된 이들은 모두 106명이다. 이는 대기업 전문경영인 10명 중 4명 꼴이며 CEO 경력이 1년~2년 사이로 짧다는 이야기다. 반면 5년 안쪽으로 활약한 CEO들은 전체의 70%를 넘고 있다.

10년 넘게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비오너 CEO는 모두 14명이다. 이 가운데 금융권 CEO는 3명으로 각 기업이 공시한 대표이사 변경일 시점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의 최희문 부회장, DB금융투자 고원종 사장, DB손해보험 김정남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세 명 모두 2010년부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최희문 부회장이 2010년 2월로 가장 빠르며, 고원종 부회장과 김정남 부회장이 각각 5월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964년 생인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이민 가정 출신으로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에서 15년의 경력을 쌓다가 지난 2002년 삼성증권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전무)로 자리를 옮겨왔다. 이후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앞에 말한 것처럼 2010년부터 당시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미 스탠퍼드대학 경영학 MBA 출신인 최 부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구조화금융의 달인'이란 별명이 유명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증시가 침체된 올해 시장에서도 대형 증권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깜짝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IB는 물론 리테일부문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주식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의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이를 해외주식으로도 확대한 바 있다.

차액결제거래는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장외파생상품으로 실제로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은 물론, 펀드 리츠,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관리하며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4연임을 확정했는데, 임기는 오는 2025년까지다. 따라서 최 부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치면 국내 증권업계 역대 최장수 CEO의 기록을 갖게 된다.

특히 대표이사 취임 후 직위나 연공서열과 무관하게 성과에 대한 화끈한 보상을 밀어붙이며 현재 메리츠증권의 성장을 이끄는 데 공헌이 있다는 평가다. 

2010년 5월에 이름이 바뀌기 전 동부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고원종 DB금융투자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연세대를 나와 루이지애나주립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동양투자금융과 동성투자자문을 거쳐 노무라증권 이사, ABN암로증권 상무, SG증권 한국대표를 지내고 동부증권에 몸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부터다.

고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 한국신용정보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2007년 동부증권 부사장으로 돌아온다. 

고원종 부회장은 지난 1998년 10월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로 업계에 유명하다. 당시 노무라증권에 몸담고 있었을 시기다. IMF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강타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증권시장과 투자자는 굴지의 대우그룹이 설마 그럴리가 있겠냐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고 부회장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직장이 대우그룹 계열 동양투자금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 출신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업계에 불러온 파문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업계의 '스타'성을 일찌감치 보여줬음에도 고 부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경영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 DB금융투자 수장의 자리에 올라 무엇보다도 지난 2014년~2015년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풍파 속에서도 조직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공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견 증권사의 틈새시장이나 인재확보에 있어서 좋은 선택을 가져갔다. 가령 IPO 주관 사업 등 IB부문 역량 강화에 주력한 점 등은 고 부회장의 감각이 빛났던 순간이다.

1952년 생인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옛 동부그룹에 입사해 40년 이상 한 그룹에 몸담은 'DB맨'이다.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 부회장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제외하고 보험업계 최장수 CEO다. 특히 보험업황이 예전만 하지 못한 지금이지만 실적을 방어하는 동시에, 새 회계기준 도입 등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6월 499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과정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던 3000억원 규모보다 두 배가 넘는 액수가 몰리자 발행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인해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이는 그룹 계열사인 DB생명이 좀처럼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하며 수익성도 대폭 끌어올렸다.

또한 지난 1984년 미국 괌 지점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나서 지금도 역시 현지 회사 지분 인수 후 합작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부회장 취임 당시인 2010년만 하더라도 DB손보의 가입자는 530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000만명을 돌파한 바 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두 배 이상, 총자산은 4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DB손보는 인슈어테크 분야 업계 '최초'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지향적 서비스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령 AI 활용 챗봇 상담 서비스나 사이버보험, 비대면 동의 전자서식시스템 등은 DB손보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2016년 SK텔레콤과 함께 선보인 운전습관연계(UBI) 자동차보험도 획기적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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