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육상 종목에 존재하는 '마의 벽'
마라톤, 서브2 기록 도전
100m, 볼트가 세운 9초58의 기록 10년 넘게 유지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궁금한 점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야구의 ‘보크’, 축구의 ‘오프사이드’, 골프의 ‘벌타’까지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스포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한국스포츠경제> 스포츠산업부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독자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가려운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 줘 무릎을 탁 치게 만들 ‘궁금타(打)! 스포츠(이하 궁금스)’로 의문점을 해소해 드립니다. 스포츠와 관련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기사 하단에 기재된 메일로 내용을 정리해 보내 주세요. 스포츠에 대한 독자들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줄 ‘궁금스’는 종목 불문에 엉뚱한 질문도 가리지 않고 언제든 환영합니다. <편집자 주>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2022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2022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스포츠 역사에는 늘 ‘마(魔)의 벽’이 존재해왔습니다. 극복해 내기 어려운 장벽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 표현은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기록 종목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육상 종목의 신기록을 논할 때면 마의 벽이라는 표현은 빠지지 않습니다.

마라톤에서 마의 벽은 ‘서브(sub)2(2시간 이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최근 이 기록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8)입니다. 25일(이하 한국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2 베를린 마라톤에서 42.195km를 2시간01분09초에 완주했습니다. 2018년 같은 대회에서 작성한 2시간01분39초를 30초 앞당겨 남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해냈습니다. 이날 산술적으로는 2시간 이내의 기록을 기대해볼 만했습니다. 10km를 28분33초에 달렸고, 레이스의 절반인 21.0975km에서는 59분51초의 기록을 냈습니다. 그러나 레이스 후반부에 힘이 떨어지면서 아쉽게 2시간 완주에서 멀어졌습니다.

사실 킵초게는 2시간 내 완주를 달성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에 달렸습니다. 이 대회는 2시간의 벽 돌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벤트 경기였습니다. 정식으로 달린 것은 킵초게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 외에 기록 달성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41명이 동원됐습니다. 또한 초반부터 킵초게 앞에 5명이 V자 대형을 구성하여 바람을 막아 줬고, 뒤쪽에도 2명을 배치하는 구조로 진행되면서 최상의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규정에 맞지 않아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100m 9초58의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100m 9초58의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2시간의 벽은 정말 인간이 넘을 수 없는 기록일까요.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미국 스포츠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1991년 ‘응용생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마라톤 기록 한계를 1시간57분58초로 추정했습니다. 마라토너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3대 요소(최대산소섭취량. 젖산역치, 경제적 달리기)의 생리학적 최대치를 계산한 결과, 2시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최근 첨단 과학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마라톤 기록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습니다. 1999년 2시간6분대 기록이 처음 나왔고, 4년 뒤인 2003년 2시간5분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이후 2008년 2시간4분, 2014년 2시간3분이 깨진 데 이어 2018년 킵초게가 2시간2분을 돌파했고, 최근 베를린 대회에서 이 마의 벽 돌파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입니다.

육상 ‘단거리의 꽃’인 남자 100m 종목에도 마의 벽이 존재합니다. 지난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100m 결선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36·자메이카)가 세운 9초58의 기록입니다. 당시 볼트는 196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243cm의 넓은 보폭으로 불과 41걸음으로 100m를 주파했습니다. 40~60m 구간에서 초속 11.98m로 속도를 끌어올렸고, 60~80m에서는 초속 12.42m를 찍었습니다. 또한 결승선에 들어올 때까지 초속 12m대의 기록을 유지했습니다. 볼트가 은퇴한 이후 많은 선수들이 그가 이뤄낸 업적을 뛰어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마의 9초58’의 벽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9초58의 벽을 넘어서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스포츠 의학전문가 바실 에이시 박사는 미국 매체 ESPN 매거진에서 “선수의 신체적 조건, 특수신발 등이 완벽한 조합을 이루면 3.7% 가량의 기록 단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ESPN ‘스포츠 사이언스’의 제작자 겸 진행자인 존 브렌커스도 그의 저서 ‘퍼펙션 포인트’에서 인간의 100m 달리기 한계 기록을 ‘8초99’라고 결론짓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미래에 볼트보다 우수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가 등장해 최적의 환경에서 달릴 경우 세계기록은 9초01까지 줄어들 수 있고, 여기에 인간의 정신력이 보태진다면 9초 벽까지도 허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레스타일 테보고는 2022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91로 우승을 거머쥐었다./세계육상연맹 트위터
레스타일 테보고는 2022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91로 우승을 거머쥐었다./세계육상연맹 트위터

하지만 9초의 벽을 부수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9초58을 넘어설 수 있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2003년생 천재 스프린터’로 불리는 레스타일 테보고(보츠와나)의 기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보고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20세 미만 남자 100m 세계기록을 3차례나 새롭게 작성했습니다. 지난달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2022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20세 미만) 남자 100m 결선에서는 무려 9초91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테보고가 주니어 무대에서 작성한 기록은 7월 막을 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 기록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당시 우승을 거머쥔 프레드 커리(27)는 9초8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2위 마빈 브레이시(29)가 9초874, 3위 트레이본 브롬웰(27·이상 미국)이 9초876을 기록했습니다. 테보고는 이들보다 어립니다. 단거리 육상에서 나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젊은 신체일수록 폭발력이 커집니다. 볼트가 9초58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때 23살이었습니다. 테보고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의 질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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