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업계 최초로 세컨핸드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열었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업계 최초로 세컨핸드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열었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중고시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고물가에 따른 중고제품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중고시장 형태도 달라졌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을 통한 중고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급화' 이미지를 고수하던 백화점들도 중고거래 매장을 오픈하며 '중고시장'의 남다른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4조원으로 6배 확대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이 달라지고,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러한 성장세는 대기업의 투자로도 이어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3.9%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번개장터에 투자했고, GS리테일 역시 지난해 8월 당근나라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신촌점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업계 최초로 세컨핸드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선보였다. 백화점이 한 층 전체를 중고 상품 전문관으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매장은 개장 첫 주말인 9월 16~18일 하루 1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렸고, 이 기간 매출은 1억 5000만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나만의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지양하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게 중고 상품의 인기 배경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지난 6월 해외 럭셔리 브랜드 중고품 편집숍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지난 22일까지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팝업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급화를 내세우던 백화점들이 중고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의 소비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가치소비'와 함께 '리커머스'가 주류 소비방식이 되면서 백화점도 트렌드에 맞춰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단순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고객의 문화 트렌드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재생자전거 팝업스토어. /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재생자전거 팝업스토어. /사진=롯데마트 제공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중고상품을 판매하고 나섰다. 롯데마트 송파점에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재생 자전거 팝업 스토어'가 운영된다. 길거리에 방치되고 버려진 자전거를 서울시 내 재활센터에서 수거, 수리 재생해 상품화 한 재생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재생 자전거는 일반 중고 자전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평균 10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다. 
 
이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서울시, 라이트브라더스와 업무협약을 체결에 따른 것이다. 롯데마트는 송파점에서 열리는 '재생자전거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재생자전거의 판로 확대와 소비자 인식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중고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믿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품 거래'가 부쩍 많아진 만큼 유통 대기업의 중고거래 시장은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유통기업들도 중고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달라진 소비 방식과 고물가 등으로 중고거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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