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경단체 "尹정부, 사실상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손 놨다" 비판도 
IAEA,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 중…日, '오염수' 아닌 '처리수' 강조 
與 "文정부 때 日과 '오염수' 논의한 공문 없어…尹정부는 자료 받아" 
후쿠시마 원전. /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앞으로 환경단체들과의 갈등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일회용컵 보증금제 축소 논란을 비롯해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낙동강 녹조' 문제 등으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산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마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오염수가 정화·희석을 거치면 안전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한국정부와의 공동조사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염수 정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175개 회원국이 모인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의 철저한 검증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제66차 총회에서 "원전 사고의 결과로 생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일본은 국제사회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은 국제 법규와 기준에 맞아야 하고, 적절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IAEA가 주도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오염수 처리 계획 전반을 철저하게 검증해 주길 바란다. 최인접국인 한국도 검증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IAEA 총회 기조연설에서 사용한 '오염수'라는 표현에 대해 "일본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일본정부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화 처리를 마쳤다고 주장하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고 있다.

일본정부 부대변인인 이소자키 요시히코 관방부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일본은 지금까지 처리수 취급에 있어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투명성 있게 정중히 설명해 왔다. 앞으로도 IAEA를 시작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국내외 안전기준을 충족시키면서 투명성 높은 대응과 설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6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정부 수석대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6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정부 수석대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일본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렴된 물을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이다.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L(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내년부터 방류할 계획이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통해 오염수가 정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과정을 거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남는다.  IAEA는 이 같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안전한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실에 오염수 샘플을 가져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삼중수소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0년 이상 장기간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야당과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제 민간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이 항구적일 수 있고, 삼중수소 외에도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될 수 있는 데다, 오염수 처리 기술이 매우 제한적이지만,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도 윤석열정부가 사실상 (오염수 방류 대응에서) 손을 놓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던컨 커리 국제해양환경법 변호사는 법적 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유엔(UN)해양법협약뿐만 아니라, 방사능 폐기물 투기 금지를 규정한 태평양 협략, 와이가니 협약, 누메아 협약 등을 근거로 제소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의 잠재적 위험성, 해양 방출로 인한 영향에 대한 포괄적 연구의 미비, 해양 방출 외에 다른 대안에 대한 검토 부재 등을 근거로 국제법재판소 제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던컨 커리 변호사는 "일본은 방사선 평가를 실시했다고 하나, 이는 환경영향평가라고 할 수 없다"며 "도쿄전력이 개발안 매우 제한적인 방사선 평가이고, 오염수 방류가 해양 환경에 끼킬 수 있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데다, 방류된 다수의 방사성 핵종이 여전히 존재하게 될 30년 이후의 누적 영향, 또는 생태계 영향에 대한 평가가 부재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던컨 커리 국제해양법 전문 변호사가 28일 그린피스 주관 토론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법적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그린피스 제공
던컨 커리 국제해양법 전문 변호사가 28일 그린피스 주관 토론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법적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 그린피스 제공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정부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논의한 공문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단체의 주장과 달리, 실제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문재인정부 시절 해양수산부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2017년5월~2022년5월) 해수부가 일본정부 측과 '방사선 오염수 처리 계획이나 관련 제반 자료' 등에 대해 수발신한 공문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윤석열정부의 해수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관련 자료들을 외교부를 통해 일본정부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비교도 덧붙였다. 

다만, 최 의원도 정부가 IAEA의 검증과 일본정부의 조치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제출 받아야 한다"며 "대한민국 측의 수산물 안전 등 피해가 예상될 경우, 국제 분쟁해결 절차 회부를 포함한 모든 대응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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