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근 주식시장↓ 손정의 ARM 인수기업 적극 모색
삼성 ARM 인수 시 TSMC 추격 전략적 해법 될 수도
"단독인수 아닌 공동인수는 삼성에 큰 의미 없어"
"이재용, 내달 회동서 손정의 제안 들어보는 수준"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ARM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다음달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가 ARM을 첫 빅딜 대상으로 택한 이유와 어떤 방식으로 ARM과 협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14일간 중남미와 유럽 등 해외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14일간 중남미와 유럽 등 해외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인수보다는 소수 지분 투자나 사업 협력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인수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더러 인수가 불발될 경우 피인수 기업에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도 매각에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스 CEO는 최근 미국 IT전문지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반도체 및 전자업계의 스위스와 같은 기업"이라며 "특정 기업에 집중하는 대신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모든 고객사와 협력하며 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중립성을 강조한 것으로 봐 삼성전자와 협력을 추진하는 범위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ARM은 쿠팡 이사회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출신으로 상장 추진에 브레인 역할을 한 인물인 제이슨 차일드를 CFO로 선임했다. 이는 ARM이 매각보다 상장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손 회장도 지난 6월 ARM을 기술주 중심의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다만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하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2분기 기준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났고 특히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비전펀드는 증시 침체 상황과 맞물려 거액의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현재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니 ARM이 단독이든 공동이든 인수할 곳을 찾는 것이고 삼성에도 이를 제안한 것이 아니겠냐"며 "이 부회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도 아니고 다음달 회동은 손 회장 제안을 들어보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만약 ARM 인수 추진이 진행 중이였다면 이 부회장이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여러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9년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추진했지만 반독점 규제로 매각이 무산되자 이후 기업공개(IPO) 통한 지분매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ARM 공동인수 기업을 찾는 게 시급하단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뉴삼성 첫 빅딜로 ARM을 택한다면 TSMC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며 비모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ARM 지분 인수가 전략적 해법이 될 가능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현재 ARM 몸값은 최소 6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까지 거론된다. 엔비디아가 추진했을 당시만 해도 ARM 인수가는 54조원 수준이었지만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기업간 경쟁체제가 되면서 몸값이 상승했다. 현재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은 SK하이닉스와 퀄컴, 인텔 등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SK스퀘어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ARM을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ARM 인수 가격을 얼마를 제안하느냐도 인수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RM은 엑시노스 AP 등 IP 시장 영향력이 커서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 인수를 할 경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좋아지겠지만 단독 인수가 아니면 실제로 의미가 없다"며 "지분 투자를 한다면 자본 수익은 발생하겠지만 굳이 그것 때문에 삼성이 ARM에 투자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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