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스피, 2년 2개월 만에 2200선 무너져…코로나전으로 회귀하나
정부 증안펀드‧채권시장 개입‧공매도 정책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
코스피가 30일 장중 2130대까지 추락했다. 경제계는 증시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증안펀드‧채권시장 개입‧공매도 정책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크게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30일 장중 2130대까지 추락했다. 경제계는 증시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증안펀드‧채권시장 개입‧공매도 정책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크게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국내 증시에 위기가 닥쳤다.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2년 2개월 만에 2200선이 무너졌다. 29일엔 소폭 상승했지만 2200선으로 복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일 오전에는 장 중 한때 2130선이 무너지며 올해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코스닥 역시 최근 2년 3개월 만에 700선이 붕괴됐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 마저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예탁금과 거래 대금이 감소하고 있으며 3분기 기업 실적마저 나빠질 것이란 예고에 증시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장 중 1440원을 돌파했으며 더욱 환율이 오를 것인란 예고도 나오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마저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 증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원인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 하기엔 너무 억측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내 증시에 관심을 갖고 안정화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의 2200선이 무너지자 금융당국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을 주문했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과 수급 개선을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기금이다. 

증안펀드는 지난 1990년 이후 모두 네 차례 조성됐다. 이에 1990년·2003년·2008년 세 차례 실제 증시에서 주식을 매입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을 때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총 10조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지만 4월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시장 안정화 조치 차원에서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과 2~3차례 회의를 거쳐 실무협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공매도와 관련된 대책도 내놓았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주가 하락을 예상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빌려서 파는 전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국내 증시 하락의 주범이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과 한시적 전면 금지를 시행해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으로 장기 공매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차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요동치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더불어 한국은행(한은)은 국채 시장에 개입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바이백(조기상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은 역시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세계적인 통화긴축 가속화 우려로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채를 사들여 채권금리 급등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가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정부 대책이 임시방편일 뿐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안펀드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분기 이후 7월부터 증안펀드 도입을 거론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때문에 증안펀드가 투입된다 하더라도 이는 유가증권시장이 2000선까지 밀린 뒤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안펀드 규모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안펀드의 규모가 지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시총)은 2016조원으로 증안펀드(10조 7600억원) 비중은 0.53%에 불과하다. 시총의 1%도 안 되는 기금으로 시장을 반등시킨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에 키움증권은 “과거 증안펀드로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을 연출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반등의 동력은 증안펀드 뿐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규모 재정 및 통화 완화정책의 영향이 컸다”며 “현재는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정부나 중앙은행이나 부양책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 증안펀드 가동으로 V자 반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전면 금지가 아니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가 폭락에 금리 인상까지 겹쳤다”며 “한시적 공매도 제한 등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해야 하며 지난 2020년 주가가 폭락했을 때, 1년 2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로 증시를 안정화한 경험이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채권시장 개입 역시 단편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KB증권은 “정부와 한은의 대응은 단기간 채권 시장에 긍정적이겠지만 추세를 바꾸기에 역부족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꼽고 있다. 이는 경제계에서도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열정은 커 보이지 않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금융유동성 공급 장치 협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대처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강하다.  

최용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