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아, 585마력 고성능 ‘EV6 GT’ 출시…제로백 3.5초  
아이오닉5 N 등 연이어 출시…RN22e 테스트카 운용
제네시스 쿠페부터 ‘N’ 라인까지 꾸준한 기술력 축적
EV6 GT /사진=기아
EV6 GT /사진=기아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고성능 시장 공략에 나섰다. 꾸준히 스포츠카 연구를 이어온 끝에 고성능차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기아는 이달 4일부터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출시하고 판매를 개시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EV6’의 고성능 버전이다. 지난해 4월 유튜브 기아 월드와이드 채널에 공개된 400m 드래그 레이스 영상에서 람보르기니 ‘우르스’,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포르쉐 ‘911 타르가 4’ 등 고성능 차량들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EV6 GT는 기존 EV6 대비 성능을 대폭 높인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를 조합해 역대 최고 수준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4륜구동 방식으로 앞뒤 두 개의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출력 430kW(585마력), 최대토크 740Nm(75.5kg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높은 출력에 힘입어 정지 상태에서 단 시속 100km까지 3.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가속 성능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60km에 달한다. 폭발적으로 토크를 발생시키는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슈퍼카 수준의 가속 성능을 갖췄다. 출력 대비 최고속도는 인상적이지 않지만 차체 크기를 고려할 때 공기저항 영향을 크게 받는 전기차로써는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EV6 GT에 적용된 모터의 분당 회전수(rpm)는 최고 2만1000회에 달해 저속에서부터 최고 시속 260km까지 전 속도 영역에 대응할 수 있다. 가속 성능이 강해진 만큼 전륜에 크기를 키운 모노블럭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를 적용해 제동력을 강화했으며 전륜 스트럿링, 후륜쪽 보강바 등을 적용해 차체 강성을 높여 차량 제어가 용이하도록 했다. 네 바퀴에는 미쉐린의 GT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가 끼워졌다.

EV6 GT 실내 /사진=기아
EV6 GT 실내 /사진=기아

여기에 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R-MDPS)과 가변 기어비(VGR) 기술로 속도에 따른 조향 응답성을 최적화했으며 좌우 바퀴 구동력을 제어해 곡선 주행 능력을 높이는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 댐퍼 감쇠력을 조절해 차량 자세를 잡아주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등이 더해져 직진 가속성 뿐 아니라 전반적인 차량의 운동성능을 확보했다.

전자적으로는 EV6 GT 전용 주행모드를 지원해 ‘GT’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댐퍼, e-LSD 등을 주행성능 중심으로 최적화 한다. 특히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사용을 극대화하는 RBM 기능이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과 최적의 제동 성능을 동시에 만족한다는 설명이다.

기아 최초로 ‘드리프트 모드’도 적용했다. 선회 시 후륜 모터에 최대 구동력을 배분해 차량이 실제 조향 목표보다 안쪽으로 주행하는 현상인 오버스티어를 유도, 차량을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또 선회 탈출 시 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후륜에만 구동력을 배분했을 때보다 빠르게 곡선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 D컷 스티어링 휠과 네온 컬러 실내 포인트, 가상 음색으로 청각적 주행 경험을 더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 전용 21인치 휠과 네온 컬러 브레이크 캘리퍼, 하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후면 하단 디퓨저 등이 더해져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뽐낸다.

기아는 EV6 GT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을 브랜드화해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EV6 GT의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세제혜택 적용 기준 7200만원이다. 

RN22e(앞)와 N 비전74(뒤) 롤링랩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그룹
RN22e(앞)와 N 비전74(뒤) 롤링랩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도 EV6와 같은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고성능 버전인 ‘아이오닉5 N’을 더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기존 차량들에 고성능 버전인 ‘N’ 모델을 더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5 N은 EV6 GT보다 높은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고 N 모델 고유의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들이 적용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전기차 또는 수소전지차의 선행기술을 시험·검증하는 롤링랩 테스트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E-GMP 기반 모델인 ‘RN22e’가 N 브랜드를 비롯한 고성능 전기차 기술 연구를 위한 차량이다. 동력성능뿐 아니라 코너링 등 운동 성능을 위한 경량화와 토크 백터링, 제동·냉각 성능 등의 선행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인 ‘아반떼’, ‘벨로스터’, ‘코나’ 등을 고성능 지향으로 튜닝한 N 모델을 선보이며 스포츠 드라이빙 성능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전반적으로 높은 성능의 차량을 선보이고 있으며 성능을 높인 ‘G80 스포츠’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고성능차 개발은 현대차그룹이 오랜 기간 기술 역량을 갈고 닦은 끝에 가능해졌다. 브랜드 역사와 규모에 비해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운전 재미와 성능 확보를 위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아반떼 N(앞)과 코나 N(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반떼 N(앞)과 코나 N(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1990년대 첫 양산현 2도어 쿠페 모델인 ‘스쿠프’를 내놓은 데 이어 ‘티뷰론’, ‘투스카니’ 등의 쿠페를 지속 선보였다. 해당 모델들은 당시 낮은 배기량과 출력 때문에 외관에 비해 성능이 약한 ‘패션 스포츠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투스카니의 경우 실제 조향과 변속, 페달 조작감 등에 세심한 튜닝이 이뤄져 일반 승용차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고 배기량과 출력을 보완한 ‘엘리사’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고출력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했다. 제네시스 세단에 적용한 자체 개발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2리터 터보 또는 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200~300마력대 출력을 발휘했고 각종 튜닝을 거쳐 드리프트 등 모터스포츠에 적극 기용된 기념비적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피니티 ‘G70’, 포드 ‘머스탱’ 등 당대 인기 스포츠카들과 경쟁하다가 2016년 단종됐다.

이후부터 현대차는 세계 유수의 스포츠카들과 함께 혹독한 환경의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성능 테스트를 거쳐 신차를 개발하고 랠리 등 각종 모터스포츠에 꾸준히 참여하며 기술 역량을 쌓았다.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 양산형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현대차는 바로 고출력 차량을 선보이기보다 아반떼 등 가벼운 저배기량 차량에 스포츠 드라이빙 성능을 끌어올린 N 라인업을 더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를 위해 BMW 고성능 M 디비전 출신 알버트 비어만을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차의 고성능차 연구개발(R&D)를 지휘했다.

그간 선보인 현대차의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들은 300마력대 전후의 엔진 출력과 차체 튜닝을 통해 스포츠카 감성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스포츠카 튜닝 역량이 한층 높은 출력을 갖춘 EV6 GT와 같은 고성능 전기차까지 이어진 것이다.

현대차 N, 기아 GT 외에 제네시스를 통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현대차는 올해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의 4도어 쿠페 콘셉트카인 ‘제네시스 X 스피디움 쿠페’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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