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교통일위원회, 박진 장관 퇴장 놓고 30분 만에 정회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대통령실 이전 논란 등도 쟁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4일 ‘의정활동의 꽃’이자 ‘민의의 축제’라 불리는 국정감사(국감)가 시작됐다.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감이라 특히나 큰 관심을 받고 있고, 각 상임위원회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도 안된 상황에 예고된 대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감 첫날부터 주도권 싸움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펼쳤다. 첫 날부터 주요 국감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갔고, 정치규탄 플래카드가 등장했으며 파행까지 가는 상황으로 번지는 등 여야는 한 치 양보 없는 정치적 공방을 펼쳤다. 

◆ 30분 만에 중단된 외교통일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파행했다. 박진 외교부장관의 퇴장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출동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을 거론하며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빈손외교, 굴욕외교 심지어 막말외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고 박 장관에 대한 회의장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순방외교 성과가 상당하며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장관을 일방적으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박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공방만 주고받았고, 회의는 개의 약 30분만에 정회했다.

◆ ‘버르장머리’ 있었던 행전안전위원회

행전안전위원회 국감은 야당의 ‘거짓말 정부’ 발언을 놓고 여야간 고성이 오갔다. 고성은 막말로 이어졌고, 사과를 요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가 거짓말로 너무 일관한다”며 “대통령실 이전 비용‧대통령 취임식 명단을 파기‧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 그 거짓말을 누가 믿느냐”고 일갈했다. 

그러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 내지는 많은 논란이 있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하며 ‘거짓말 정부’로 몰아붙이는 말씀은 위원장이 엄격한 주의를 시키셔야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이만희 의원에게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이라고 발언하자 이 의원이 “누구에게 지금 버르장머리라 그러느냐”라고 받아치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향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행안위원장이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버르장머리’ 발언을 사과한 뒤에야 상황이 정리됐다. 

◆ ‘정치탄압 중단하라’ 피켓 등장한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비열한 정치보복’이라며 일제히 감사원 서면조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또 민주당은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좌석에 붙이며 항의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특정 정치적 목적으로 몰아치는 듯한, 특히 사정기관을 내세워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여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질의서를 발부했다. 즉각 거부한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감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맞섰다. 또한 국민의힘은 ‘정쟁국감NO 민생국감YES’라는 피켓을 배치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직 대통령은 성역이 아니다”며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청도 처음이 아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임명을 강행한 분”이라고 대응했다.

◆ 김건희 여사 논란 꺼내든 교육위원회

교육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여야는 관련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민대·숙명여대 총장을 증인으로 단독 채택한 것을 두고 ‘날치기’라고 비판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이용해 국감 증인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처리한 것은 권력을 남용한 명백한 폭력적 행위”라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을 답습한 나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의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이 해외 출국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것을 질타했고,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맞받았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우리 당 대표와 조국 교수 이야기를 했는데, 문제 제기가 된 야당 인사들을 불러라. 출석하라고 권유하겠다”며 “그렇다면 김 여사도 출석시켜라. 증인 채택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 IRA 논쟁 정무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논쟁의 화두였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 비서실 대상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야당은 IRA의 미국 의회 통과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응을 비판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총리가 통상교섭 본부장, 주미 대사 등 자타 공인하는 통상 전문가인데 도대체 총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며 “무관심‧무능‧무책임으로 밖에 볼 수 없다. IRA 대응 대해서는 부실 정도가 아니라 대응이 아예 없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반박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순방 중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세 번 만났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IRA법,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큰 틀에서 협의한 것 알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 영빈관‧대통령실 이전 화두 기획재정위원회‧국방위원회

국방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영빈관 신축에 관련해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극방위원회 국감에서 대통령실 이적이 적절하다고 말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향해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사안이 아닌가”며 “좋은 생각일 것 같겠지만 역사가 평가할 거다. 결국 안보를 희생하면서 국력을 훼손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영빈관 신축에 총리보다 힘이 더 센 비선 실세가 개입한 거 아니냐”며 “국정 책임자를 패싱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는 “적절한 절차를 거쳤고,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면서 최종 예산을 편성했다”며 “그 내역을 일일이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 시설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보완 시설, 중요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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