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득세법 참고해 건강보험법 개정 필요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고령화와 더불어 경제활동 인구가 갈수록 줄어듦에 따라 건겅보험에 대한 재정 악화 우려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적연금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에 대한 논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법령과 소득세법 규정에는 부험료 부과가 가능하지만 사적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이중 부과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에 공·사적연금소득이 모두가 포함돼 있지만, 공적연금소득은 부과대상에 포함되고 사적연금소득은 제외돼 형평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소득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별정우체국연금 등, 직역연금이 해당된다. 사적연금소득은 사업주로부터 수령한 퇴직연금 적립금, 즉 이연퇴직소득과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계좌 납입액, 이 둘의 운용실적에 따른 투자수익 등을 말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적연금소득 미적용으로 부과되지 못한 건강보험료는 2020년에만 38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감사원이 55세 이상 지역가입자 및 피부양자 중, 사적연금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상인 소득자를 분석 대상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수입에 사적연금소득을 반영할 경우의 대상자, 사적연금소득, 건강보험료 증가액 등을 산출한 것이다.

이런 계산에 따르면 대상자는 약 6만 8000명이며, 사적연금소득은 6861억원이므로 건강보험료 증가액(미부과액)을 추정한 것이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모든 연금소득을 합산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연퇴직소득도 일시금이 아닌 연금형태로 수령하게 되면, 연금소득으로 분류돼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에 포함된다.

근로소득이 생기는 경우, 세제혜택을 받지 않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적립했던 사적연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면 이중부과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는 소득세법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납부 시 공제하거나 분리과세 조항과 같은 특례적용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연퇴직소득은 연금소득으로 정의되고 있기에 이는 분리과세 되고, 연금형태로 수령하는 경우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 수령 시 60%만 적용돼 과세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이연퇴직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때는 분리해 부과하지 않고 연금소득 모두를 합산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특히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소득은 소득세법 상으로는 퇴직소득세가 부과되지만 건강보험법 상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은 아니다. 일시금 수령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연금 수령 때만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건강보험의 재정을 확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연금가입자 입장에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게 건강보험료에 부담을 줄일 수 있기에 연금의 가입유인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만 55세 이상으로 수급요건을 충족해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 39만 7270좌 중 대부분인 95.7%인 38만 286좌가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다. 연금시장 활성화와 연금화 유인이 매우 더딘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풍토가 옅어지고 있는 요즈음 연금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피부양자 축소를 통해 부과대상자를 늘려 재정을 확충하는 한편,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면에서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이중 부과 문제나 이로 인한 일시금 수령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안은 앞서 언급처럼 소득세 부과를 참고하면 된다. 건강보험료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세액공제, 혹은 소득공제를 적용해 이중 부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혹은 원금은 부과에서 제외하고 수익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퇴직일시금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연퇴직소득도 연금소득에서 제외하는 건강보험법 개정도 인출 유형에 따른 불합리함을 해소할 수 있다.

공적연금의 대표 격인 국민연금에 비해 사적연금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사적연금소득 지급인원은 10만 8676명, 지급액은 5778억원이었다. 그러나 2020년 기준으로는 52만 9887명에 규모가 2조 9953억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2020년 수급자 561만 6000명에 지급액 25조 7000억원과 비교하면 사적연금 시장이 완전히 정착했다 보기엔 어렵다.

주요 쟁점은 준조세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료를 사적연금소득에 부과하느냐는 문제다. 앞서 언급한 이중 부과 문제를 필두로, 퇴직자의 노후소득원 확보와 사적연금 활성화 등의 정부 정책과도 상충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적연금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담은 국민에게 새로운 금전적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필수적이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