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8월 경상수지, 적자 기록…무역적자와 수출 환경 악화 영향
한은 "수출경쟁력 강화와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노력 지속적 필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난 8월 이례적으로 30억 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난 8월 이례적으로 30억 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적자 폭이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출 환경이 악화된데다 고환율을 통해  수출 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효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이 많은 4월에 적자를 기록하는 것 외에는 우리나라의 월간 경상수지는 대체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무역수지가 94억 9000만달러 적자하며 경상수지도 30억 50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낸 것이다. 4월을 제외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부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한은)은 19일 발표한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IT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향후 우리 수출은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도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일정을 하루 앞두고 발표를 전격 연기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전례없는 발표 연기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허를 찌른 것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무역 악화와 물가상승에 압박을 주는 고환율도 문제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렸다. 달러의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었다. 현재도 환율은 1430원대에 위치하며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이 달러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익 증가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가 품목 생산으로 가격 경쟁을 하던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산업 정책을 시행하며 수출 구조가 점차 고도화됐다"면서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품질이나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해지며 환율의 영향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지 적자 확대도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은은 "일상 회복 과정에서 재화 소비가 서비스 소비로 전환됐다"며 "서비스 수지는 해외여행 증대로 여행서비스 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글로벌 물동량 둔화와 해상운임 하락 등으로 흑자폭이 축소되며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하나금융연구원은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국내 수출이 위축되고 서비스 적자가 확대되는 점은 원화에 부정적인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은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무역적자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수출 경쟁력 강화, 에너지 소비 효율화 및 여행·컨텐츠 등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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