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는 타버린 송(松)과 살아가는 송(松)이 공존해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진에는 타버린 송(松)과 살아가는 송(松)이 공존해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근현 기자] "송(松)아 우지마라. 이제야 내 왔도다!"

조선 후기의 문신 이정보가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겠다는 마음을 담은 시 "두견아 우지 마라"를 각색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로 자연을 꼽았다. 

하지만 현대에 사는 우리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없을지도 모른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상이변에 타버린 자연은 쉴 수가 없는 공간이 돼버렸다.

지난 3월 4일, 경상북도 울진군의 야산에서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산불이 발생했다. 9일 만에 꺼진 이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와 피해를 남겼다.

산불 발생 7개월이 지난 울진의 가을, 타버린 송(松) 앞에서 벼는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산불 발생 7개월이 지난 울진의 가을, 타버린 송(松) 앞에서 벼는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7개월이 지난 울진에는 아직도 매캐한 탄내가 진동한다.

울진군은 산불 발생 지역의 나무를 벌채하고 있다. 하지만 벌채만 했을 뿐 산림 복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진군은 산불 발생 지역의 나무를 벌채하고 있다. 하지만 벌채만 했을 뿐 산림 복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산불 피해를 입은 송(松)을 베어내곤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산림 복구는 머나먼 꿈이다.

울진에는 타버린 송(松)과 살아가는 송(松)이 공존해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진에는 타버린 송(松)과 살아가는 송(松)이 공존해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낸 능선은 삭막하기 그지없고, 자칫하면 쓸려 내려갈까 산사태 걱정을 해야 한다. 까맣게 타버린 나무를 베어내야 하지만, 산사태 우려에 전부 베어낼 수도 없다.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새 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있다.

소나무는 닭똥같은 송진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불로 인해 타버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소나무는 닭똥같은 송진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불로 인해 타버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살아남은 송(松)은 울고 있다. 닭똥 같은 송진을 뚝뚝 떨어뜨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소나무는 닭똥같은 송진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불로 인해 타버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소나무는 닭똥같은 송진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불로 인해 타버린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밑동이 타버린 송(松)은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사람들은 베어내기 위해 하얀 스프레이를 뿌렸지만 송(松)은 아직 모른다. 그저 눈물(송진)만 뚝뚝 떨어뜨릴 뿐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소나무에 하얀 락카가 칠해져 있다. 이 나무는 살아있지만 곧 베어질 운명에 처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산불 피해를 입은 소나무에 하얀 락카가 칠해져 있다. 이 나무는 살아있지만 곧 베어질 운명에 처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진 산속에는 죽어버린 송(松)과 살아가는 송(松)이 공존해 있다. 죽어버린 송(松)은 바짝 말라가고 있고, 살아남은 송(松)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림 복원 작업은 더디다. 울진군은 산림조합중앙회에 용역을 주어 산불 피해 지역 내 소나무들을 살아있는 나무와 벌채를 해야 할 나무들로 구분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이 작업은 자원복원이 가능한 지역과 인공 복원을 해야 할 지역으로 나누는 작업이다. 12월에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빠르면 12월 늦으면 내년 봄이나 돼서야 복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채에만 초점을 맞춘 복원계획이 산림을 복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벌채 후에 구체적인 나무 심기 계획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울창했던 산림은 타버린 송(松)만 남아 삭막한 풍경이다. 울진에는 산불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창했던 산림은 타버린 송(松)만 남아 삭막한 풍경이다. 울진에는 산불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사람들이 만들어낸 탄소는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산불은 대형화되고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심화되는 기후변화가 산불피해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사람이 만들어낸 탄소가 사람이 지켜낼 수 없는 자연재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울창했던 산림은 타버린 송(松)만 남아 삭막한 풍경이다. 울진에는 산불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울창했던 산림은 타버린 송(松)만 남아 삭막한 풍경이다. 울진에는 산불발생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ESG행복경제연구소·한스경제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함께 연 ESG 전문가 과정에서도 펠로우들의 뜨거운 토론이 한창이다.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하고 에너지와 물자를 재생해 탄소발생을 억제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벌이는 뜨거운 토론 속에 만들어지는 ESG는 기온 상승 1.5˚C를 막는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ESG의 일환으로 산림복구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산림 복구를 위해 'KB 희망심기'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고, 트리플래닛은 숲 조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는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이 나무 심기라는 판단에서다. 나무는 지구상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뜨거운 토론이 이어짐에도 일단 가장 우선되야하는 해결과제가 나무 심기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매년 산불로 소실되는 산림을 복구하려는 노력부터가 진정한 ESG의 시작이 아닐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ESG를 먼저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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