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위,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재연장
양적지원 형태 계속되면, 차주 부실 확대 가능성 높아
취약차주 특성 고려해 정책금융체계 재설정 필요
금융당국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에 대해 지원 체계를 경제여건 및 금융시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지원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에 대해 지원 체계를 경제여건 및 금융시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지원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으로 원리금상환에 애로를 겪거나, 신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자주에 대한 당국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증가하는가 하면, 저신용·저소득층에 국한됐던 가계대출 취약성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보유층과 청년층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취약차주의 부담 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대출상환유예 조치같은 정책들이 추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으로 하락으로 인한 담보물건의 가차하락으로 은행까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융지원과 상환유예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금융에 대해 지원 체계를 경제 여건 및 금융시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지원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3고 시대를 맞아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 및 금융지주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중소기업 등 자금수요가 높은 실물부문 자금공급을 위한 지속적 신용 제공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차주 지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5대 금융지주사는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적극 확대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모색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역시 최근의 시장상황으로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으로 은행권에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전(全)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 최대 3년의 만기연장, 최대 1년의 상환유예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로 인해 온전한 회복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위기대응 시간을 부여해 차주와 금융권 모두가 충격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가계·기업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자금공급 확대와 상환유예 등은 자칫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한계 기업의 부실 리스크를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담보가치인 부동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은행권의 여파도 불안요소로 꼽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만기연장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사례가 분명 있을 것이다"며 "대출의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연장되는 것은 분명 은행권에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은행별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는 물론 차후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에 대한 부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양적인 지원형태를 지속한다면 향후 상환유예 등의 지원이 종료될 경우, 부실 확대에 따른 채무조정 수요가 증가하고 사회적 비용 역시 크게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차주의 실질적 상환능력에 기반해 보다 선별적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등 질적인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차주군의 특성을 고려해 정책금융체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신용·저소득츠엥 대해서는 세밀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금융지원 대상과 신용회복 또는 복지지원 대상을 선별해야 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서 △주담대 보유층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은 자산보유 계층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지원대상 선별시 명확한 기준 설정 △청년층 금융지원은 상환기간이 초창기인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이들의 미래소득 흐름 등을 파악하고 전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상환유예 등, 현재의 금융지원 조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추후 지원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데 필요한 통계를 보다 면밀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취약차주의 취약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금융 지원대상에 대한 선별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며 "또한, 공급 대상 중심의 선별 체계에서 부실관리 중심의 선별 체계 구축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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