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지속가능도시 가능해야
ESG로 지역 회생...다양한 성공사례 만들어야 
송재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송재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스경제/ 송재민 교수] 현대는 도시의 시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약 92%에 이른다. 인구가 도시로 모이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아니다. 도시화율이 높지 않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 도시화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6%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도시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는 단순히 사는 공간이 도시로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행태, 사고방식 등도 도시화하였음을 의미하며, 어떤 도시에 사는지에 따라 시민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또한, 도시는 개인적인 삶의 터의 역할을 넘어 국가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작동한다. 즉,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도시를 사회, 환경,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곳으로 조성하는 것은 우리 세대와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책무이다. 

미래 우리나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는 수도권 인구 집중과 인구 감소 문제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민 2명 중 1명은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기업들 또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종사자, 사업체 수 및 매출액 비중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며, 전국사업체조사 2020년 기준 수도권의 매출액 비중은 전국 매출액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유망, 고부가가치 산업의 수도권 집중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수도권 집중 문제는 저출산율과 결합하여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를 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기업 이동과 인구 감소 패턴은 ‘positive feedback loop(양의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면서, 더욱 그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수도권의 도시 쇠퇴 및 인구 감소는 지역의 사회, 경제적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저감 및 대응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비수도권의 도시 쇠퇴 및 인구 감소로 인한 저밀화, 노후 및 유휴 인프라의 증가는 도시의 토지, 자원 및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낮추고 더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충분한 인구 규모가 형성되지 않으면 경제적 타당성이 충족되지 않아 적절한 도시 기반시설 및 서비스 공급이 어려워진다. 쇠퇴 지역의 노후 및 유휴 인프라의 증가는 이상기후 및 자연재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해 기후변화 취약성 및 적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역의 인구, 경제 지속가능성은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적응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는 균형발전 및 탄소중립 아젠다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기업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전통적인 경제 성장 및 효율 기반의 패러다임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ESG의 등장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고 기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수도권 집중 경향성이 큰 폭으로 줄어들거나 없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ESG에 대한 요구로 재무 가치 이외에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기여가 기업의 투자유치 및 성과 평가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사회 활동 및 기업 활동의 의미 및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SG가 지역 문제 해결이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지역 인구 및 경제를 회생시킬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각 회사에 ESG 관련 부서가 만들어지고 관련 언론 기사, 세미나 등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ESG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균형발전과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꽤 오랫동안 많은 정책이 이행되고 공공재원이 투입되었으나, 그 결과가 그리 긍정적 또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란 의미이다. 앞으로 ESG가 우리나라의 균형발전과 탄소중립도시의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송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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