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련 대우조선해양 ESG 추진국 책임
                  지혜련 대우조선해양 ESG 추진국 책임

[한스경제/지혜련 책임]  "해양환경의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선사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이런 제목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된 소식을 접하는 날이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조선산업에는 그에 대한 ‘기대’와 추구하는 방향으로 최소한이라도 다가 갈 수는 있을까하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저서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생활을 위하여’을 읽는 동안 느낀 소회다.

우리나라에는 세 개의 대형 조선사가 있다. 모두 전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는 이른바 월드클래스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고, 기후위기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의 생명체의 존속을 걱정해야만 하는 오늘날에도 과연 이런 호평 받을 수 있을까 자문해 본다.

조선사들은 ESG에서 ‘E'가 약점으로 꼽힌다. 주요활동이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거나 오히려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강해서다. 회사가 제작한 선박이 운항 중 배출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각종오염 물질은 전 세계 경제성장과 글로벌 물류증가에 따라 그 절대량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폐해도 심각하다.

여기에 새로운 자원개발을 위해 심해 등지에서 자원을 채굴-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운송효율을 위해 빙하를 깨고 극지 바다를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을 공급하는 등의 기업활동 결과물들은 환경을 보호하거나 보존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선박사고, 자원개발과정에서 원유 해상유출사고 등 잠재적으로 환경오염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선사들의 환경분야 평가는 기본점수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조선업분야는 특정 소수 고객에 의해 수요가 형성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사양과 그에 맞춰 선박과 해양구조물을 제작·공급하는 형태로 기업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제품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고객요구’나 반드시 피해야 할 최소한의 ‘규제’ 대응 등 이른바 ‘최소한’이라는 피동적인 입장을 주로 취해왔다.

이제 조선업계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실행으로 바뀌고 있다. 전 세계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닥친 생존위기와 위험을 희석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고, 기존의 경제체제를 지속가능한 경제체제(Sustainable economy)로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조선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인류의 영속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생물다양성이 소멸되지 않는 방향에 부합하는 ‘정책추진’과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고 고통스럽지만 이뤄 나가야할 ‘행동의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핵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조선사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의 밑바탕에는 촘촘하게 세워진 각종 환경규제의 발효시점에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있었다. 이전에는 환경규제에 따른 최소한의 기술개발과 심화된 경쟁에서의 낙오를 피하기 위한 피동적 입장에 가까웠다면 현재는 이러한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자체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고효율기술, 선박평형수(ballast water)에 유입되는 외래종으로 생태계교란을 차단하는 기술, 제품의 사후오염방지를 위한 설계기술 등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기술로 꼽힌다.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지 모른다. 개발된 기술이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는 언제 어느 순간에 다가올지 모르는 선택의 시간에 선택지에 조차 포함될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어느 분야에 어느 산업에 불쑥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이 아닌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 영속을 위한 구성원으로서 담대하게 우리의 길을 간다면 환경분야뿐 아니라 ESG 전반의 의식과 행동양식이 내재화 되어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집단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혜련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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