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주요 그룹, 오너 3·4세 후계 구도 윤곽
한화 김동관 부회장, 대외활동·핵심 사업 총괄
코오롱 이규호 사장, 현재 무지분…성과 입증해야
LS 구본혁 사장, 범LG가 가풍 따라 승계 유력
LX 구형모 전무, 지분 증여 받아 2대 주주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그룹 30·40대 젊은 오너 3·4세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거나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세대교체 흐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으로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그룹 모두 3·4세가 회장에 올랐고 그 외 그룹에서도 젋은 후계자들이 잇따라 승진하며 차기 후계 구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글로벌 경제침체와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3·4세 후계자들의 경영 일선 투입이 그들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사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사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사진=각 사

올해 일찌감치 임원인사를 단행한 한화와 CJ, 코오롱그룹 등 총수 자녀들은 승진하거나 역할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이자 한화 3세인 김동관(39)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엔 삼남인 김동선(33)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대외활동 전면에 나서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수주전과 관련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차담회에 참석했으며 이달 초 칼훈 보잉 회장과도 만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32)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지난달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다. 재계는 이 실장이 글로벌 전략기획과 M&A,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글로벌 식품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만큼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엔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이자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38)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사장 직함을 달았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이끌어온 이 사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2년 만에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 사장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후계자로 지목돼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다만 이 사장이 코오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선 이 명예회장 보유 지분을 승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이 사장은 코오롱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 명예회장으로 그가 보유한 코오롱 지분은 49.74%다. 경영능력에 입각한 승계 입장을 밝힌 이 명예회장의 신념에 따라 이 사장은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지분 승계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36) 상무도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합류했다. 올 들어 신 상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어 그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신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만 38세가 되면 병역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일각에선 신 상무가 2024년께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도 일본 롯데에서 7년여간 재직하며 이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만큼 신 상무도 일본 내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경영보폭을 넓히며 경영승계 과정을 보이는 후계자도 있다.

LS그룹 오너 3세 중 맏형인 구본혁(45)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2일 발표된 LS그룹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LS그룹 오너 3세인 구본규(44) LS전선 부사장과 구동휘(41) E1 대표이사 전무도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로 후계자 수업을 위해 LS엠트론이나 LS일렉트릭 등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됐던 구본혁 사장은 지난해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S그룹 3세 경영인 가운데 가장 앞서나가고 있어 구자은 회장 후계자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구본혁 사장의 예스코홀딩스 임기만료일은 내년 5월 말경이다. LS그룹은 범LG가 가풍에 따라 형들이 먼저 승진하는 경영승계 과정을 보이고 있다.

이달 8일 정기인사를 단행한 LX그룹은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35) LX홀딩스 전무 승진이 유력시 됐으나 부사장에 오르진 못했다. 구 전무는 지난해 5월 LX홀딩스 상무로 임명된 후 10개월만인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 지주사 경영 전략 수립 및 실행과 경영 이슈 전반 분석·관리는 물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밝아가는 모습이다. 구 전무는 작년 1대 주주인 구 회장에게 LX홀딩스 지분 11.15%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이외에도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30) 상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 담서원(34) 수석 부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장남 김세민(34) 전무 등이 이번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경영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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