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축구계 전반에 큰 영향 가능성
전문가 “취지 좋지만 보완 필요”
21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세네갈과 네덜란드 경기. 세네갈 셰후 쿠야테가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세네갈과 네덜란드 경기. 세네갈 셰후 쿠야테가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추가 시간을 즐기자.” (잉글랜드 축구 전설 제이미 캐러거)

“복싱 경기 후 추가 라운드를 하는 것과 같다.” (남미 축구 전문가 팀 빅커리)

21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이란의 경기 전반전 직후 전광판에 뜬 추가 시간은 무려 ‘14분’. 스포츠전문 통계사이트 ‘옵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경기 실제 추가 시간은 총 27분16초(14분8초+13분8초)에 달했다. 전반전 추가 시간 14분8초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월드컵 최장 추가 시간으로 기록됐다. 월드컵 경기들의 늘어난 추가 시간을 두고 축구계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 축구계 전반에 큰 영향

미국 유력 언론 CNN은 24일 ‘카타르 월드컵에선 추가 시간이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란 제목의 기사로 쟁점을 짚었다. 매체는 “조별리그 첫 8경기 가운데 100분보다 적은 시간(less that 100 minutes)으로 마무리된 경기는 1경기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첫 8경기에서 후반전 후 추가로 주어진 시간은 평균 9분21초에 이르렀다. 잉글랜드-이란전(13분8초)부터 세네갈-네덜란드전(10분3초), 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전(13분49초), 미국-웨일스전(10분34초) 등 여러 경기들에서 10분을 넘겼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 부상, 골 세리머니, 비디오 판독(VAR) 등으로 인해 지체한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추가한 결과다.

지금까지 축구 경기에서 추가 시간은 보통 전후반 합쳐 5분 안팎인 경우가 많았다. 부상 선수가 있거나, 골 세리머니 시간 등을 고려해 총 10분 내외로 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총 15분 안팎에 달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며, 20분 이상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큰 문제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전술 변화와 경기력, 흥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가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 감독 입장에선 선수의 체력 안배와 기용 시점 등에서 더 큰 고민을 하게 된다. 후반전 막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조커의 투입 시점도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힘에 부치게 된다. 축구계 물리치료사인 맷 코노핀스키는 “경기 시간의 증가는 선수들의 정신적, 체력적 피로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식단, 훈련 강도, 회복 훈련 프로그램, 스태프의 역할 등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21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이란 경기. 부상을 입은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이란 경기. 부상을 입은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 “취지 좋지만 보완 필요”

물론 경기를 보는 입장에선 흥미가 유발될 수도 있다. 중동 국가들의 답답한 ‘침대 축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현장에서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는 한 축구 관계자는 24일 “현지 지하철 운영 시간이 오전 3시까지다. 축구 팬들은 경기 시간이 늘어난 부분도 어느 정도 즐기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축구 경기의 총 시간이 늘어날 경우 팬들의 흥미가 계속 높게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김대길(56)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침대축구를 하는 중동국가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고의적인 시간 지연을 방지하려는 건 좋은 취지다”라고 입을 열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잉글랜드-이란전처럼 연장전 수준의 추가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조금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골키퍼 같은 특수 포지션의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예를 들어 3분, 5분 등 이내에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중과 선수들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 VAR 도입 초기에도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결국 빠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보완이 됐다. 골든골 제도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번 경우도 그런 보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길 위원은 일관성과 미디어 편성에서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월드컵에서 시행된 부분은 추후 각 대륙, 각 리그에도 지침이 내려갈 수 있다. 과연 일관성 있고 편차 없이 지켜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계 편성의 경우 기존 2시간으로 편성이 되다가 잉글랜드-이란전과 같이 갑자기 27분 등 많은 시간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면 애초 편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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