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우루과이와 0-0 무승부
사우디·이란에 이어 '아시아 돌풍' 일으킨 벤투호
벤투호가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FA 제공
벤투호가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FA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 첫 경기 패배를 한 카타르, 잉글랜드에 참패한 아시아의 강호 이란, 호주 등이 연달아 무릎을 꿇으면서 아시아 축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축구계의 오랜 격언인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없이 무기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잡으며 ‘루사일의 기적’을 연출했고, 여기에 일본이 독일을 꺾고 ‘도하의 기적’을 만들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의 시작은 불안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 첫 경기 패배와 무득점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에콰도르와 개막전에서 0-2로 졌다. 1930년 제1회 대회 이후 개최국 1차전 패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첫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건 멕시코가 소련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1970년 대회 이후 52년 만이다.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FIFA 랭킹(20위)를 마크 중인 이란은 잉글랜드에 무려 2-6 완패를 당했다. 카타르와 이란의 참패로 세계 축구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승점 자판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이내 사라졌다. 사우디가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아르헨티나를 2-1로 잡더니, 일본이 독일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대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경기 이튿날인 24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하고 축구 축제를 즐겼다.

두 팀이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무너뜨린 과정은 신기할 정도로 유사했다. 전반전에 페널티킥(PK)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전에 뛰어난 용병술과 빠른 역습을 통해 내리 2골을 터뜨렸다. 연속 실점 위기는 있었지만 1실점으로 버텨낸 덕분에 뒤집을 기회가 생겼다. 만약이지만 카타르나 이란처럼 추가 실점을 허용했더라면 이러한 대반전은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의 첫 경기 전망은 어두웠다. 통계전문사이트 '옵타'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예상한 한국의 승리 가능성은 18.9%에 불과했다. 반면, 우루과이 승리는 56.2%, 무승부는 24.9%였다. 남미를 상대로 유독 약했던 점도 한 몫을 했다. 10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남미와 5차례 맞붙어 1무 4패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사우디와 일본이 일으킨‘아시아 돌풍’이 벤투호에 잘 전달된 걸까.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비록 0-0으로 비기면서 승점 3을 획득하는 데에 실패했지만 앞서 1차전을 치른 아시아 국가 팀들 중 유일하게 실점하지 않은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특히, 12년 전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넣었던 루이스 수아레스(35·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는 후반 19분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벤투호 좌측 풀백 김진수(가운데)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벤투호 좌측 풀백 김진수(가운데)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로이터통신은 “우루과이가 의욕적이고 활기 있는 한국을 상대로 주춤했다”고 평가했고, 디 애슬레틱은 “한국의 수비수 중 김진수(30·전북 현대)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며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진수는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김문환(27·전북)과 김승규(32·알 샤밥), 김영권(32·울산 현대) 등과 함께 팀 내 가장 높은 평점인 7.0점을 받았다.

경기 뒤 주장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중계 방송 인터뷰에서 “(우루과이전 결과가) 아쉽지만 아직 두 경기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팀 주장으로서 가진 것을 다 보여드리겠다”고 힘줬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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